미 구제금융안 합의로 증시 부활

 28일(현지시각) 미 행정부와 의회는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방안이 자정을 넘긴 직후 합의됐고 법문안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잠정 합의안은 정부가 구제금융비용으로 제시한 총 7000억달러 중 우선 3500억달러를 사용토록 했다. 의회와 정부는 조만간 명문화된 입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29일 하원과 상원 표결로 처리될 전망이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향후 안전자산인 채권보다 위험자산인 주식 선호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곽병열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7000억달러 규모 구제금융 투입을 가정한다면 미국 국채의 채권가격 하락 압력이 확대되고 달러 공급 확대로 달러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상품가격 역시 달러 약세 영향으로 기존 급락세에서 벗어나 유가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채권가격 상승→상품가격 하락→달러화 강세→신흥시장 약세 추세가 정반대로 바뀌어 위험자산인 주식의 선호도가 다소 높아질 것이란 예측이다.

 곽 연구원은 이에 따라 유가와 원자재가 급락하며 주가가 급락했던 브라질 등이 안정적인 수출경기 호조와 상품가격의 반등으로 주가흐름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대만의 금리 인하나 한국과 중국처럼 공매도 규제강화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증시부양책을 내놓은 국가는 외부악재를 견뎌낼만한 내성이 강해 상승가능성이 높다는 것.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도 “미국 의회의 구제 금융안이 만사형통을 이루는 조건은 될 수 없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증시의 안정을 꾀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실적 우려가 높아 국내 증시가 지난주처럼 미국증시가 별도로 움직이는 디커플링 현상을 당분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구제금융안이 통과되면 단기적으로 1560∼1600선에서 코스피 지수가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종목별로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공매도 규제와 관련해 외국인의 쇼트 커버링(단기 매수)으로 수급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이 유리하다는 것. 특히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글로벌 구조조정의 최후 승자가 될 수 있는 반도체의 삼성전자, 자동차의 현대차 등이 대안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향후 미 의회의 구제금융안 통과가 완전한 불안해소는 아니란 분석이 우세하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구제안이 통과되도 현재 채권 등 안전자산 선호가 다소 꺾이겠지만 미국의 경기하강 고조와 신용경색 재발이 언급될 때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경기부양 강화 등의 조치 등의 변수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