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남북 공동 SW전시회에 거는 기대

[리더스포럼]남북 공동 SW전시회에 거는 기대

 지난 8월 말 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 수도인 옌지시 국제전시장에서 제2회 한중IT포럼이 개최됐다. 전시장에서는 한국과 중국동포 기업의 다양한 제품전시와 아울러 한중협력방안에 대한 포럼이 진행됐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북측이 중국 옌볜에서 창업한 옌볜우광소프트웨어(SW)개발이 출품한 화자식별엔진과 한일-일한 기계번역 등 두 가지 제품이 소개됐다. 이 제품의 설명은 개발자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으로 소개했다. 출신을 물어보니 평양 제1고중을 거쳐 종합대학 컴퓨터학부를 졸업하고, 조선컴퓨터센터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이들이 영업을 위해 전시장에 나왔다면 데모도 보여주고 소개 팸플릿도 돌려야 했다. 그런데 간단한 시스템 설명만으로 응용SW 프로젝트를 수주하고자 했다. 북측은 SW 마케팅 방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웠다. 북한은 국가에서 SW산업에 주력하기 위해 1990년부터 개최하는 ‘전국프로그램경연대회’에 매년 4000여종의 SW가 출품된다고 한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위해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서 1990년도부터 전시회가 있었고, 1998년부터는 음성인식 프로그램 경연 및 학술발표회가 있다고 한다. 또 매년 10월 초 일본에서 개최되는 세계 ‘FostCup 컴퓨터챔피언’에서 1∼3등 상을 획득하는 것이 북한 SW프로그래머들이다. 최근 내가 중국동포로부터 북한이 개발한 SW 리스트와 문서화 일부를 넘겨받은 결과, 1000여종의 SW 제품과 문서화에서 개발자 나름대로 표준화체계를 갖추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한국은 SW인력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또 IT강국으로 지속하려면 SW 개발 아웃소싱지역과 IT서비스 해외 진출 교두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언어가 가능한 중국 옌볜 조선족과 러시아CIS 고려인지역, 북한 등이 주목받고 있다. 핵문제 협상으로 북측과의 관계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지역적으로 정치적 이념이 적은 중국 이 최적지다. 북한 인재들을 중국 옌볜으로 불러내면 얼마든지 개발이 가능하다. 선진국이 그랬듯이 한국이 SW를 설계하고, 북한과 공동 개발하면 된다. 그리고 유라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조선족과 고려인이 마케팅을 하면 된다. 이들은 이중언어가 되므로 해외 마케팅이 가능하다.

 (사)통일IT포럼은 올해 12월 초순께 평양에서 남북공동 SW전시회를 개최하려 한다. 여기에 출품할 수 있는 품목은 응용 SW분야 중 이념과 관계없는 공개SW, 게임, 워터마킹, 통신, 테스트, e러닝, 임베디드, ERP 등이 가능하다. 또 회의에서는 IT전문가들이 교류협력 상담을 개최해 아웃소싱 개발협의의 해결점을 찾을 것이다. 한국 SW산업의 시작은 1987년 6월 정보의 달에 한국IT전문가협회와 전자신문사가 공동으로 시작한 소프트웨어엑스포였다. 이 전시회에서 SW도 개발만 하면 돈이 되며 산업에 편입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젊은이들이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이에 따라 SW공모전이 줄을 이었고, SW산업의 본격적 발전이 시작됐다. 이번 남북공동 SW전시회에서 북측이 출품한 SW제품을 많이 구매해 주자. 한국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SW인 러시아어 번역시스템 등은 북측에서만 개발된 제품이다. 구매는 개발자들에게 희망을 주며 북측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과 아울러 한민족 단결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한반도에서 처음 개최되는 남북 공동 SW전시회에 자못 기대가 크다.

 최성/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