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등, 1180원 돌파!

  원 달러 환율이 장중 1200원을 기록하는 등 달러화에 대한 매수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

국제수지 적자에 따른 외화 유동성 부족과 경제지표 둔화가 짧은 시일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1200원대 진입도 가시화되고 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오후 장중 한때 지난 주말 종가보다 달러당 39.50원 오른 1200.00원에 거래되는 등 급등세를 보이다 28.30원 급등한 1188.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로 상승한 것은 2004년 5월 20일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은 8.50원 급등한 1169.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오후 2시께 1200.00원을 기록했으나 당국의 개입성 매물이 쏟아지면서 1180원대로 하락했다.

이처럼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달러화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9개월간 증시에서 외국인이 32조4000억원(약 425억달러)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고 무역수지도 지난달까지 8개월간 115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측면에서 모두 외화가 부족한 상황이다. 또 역외세력의 매수세로 환율이 뛰고 있으며 미국 구제금융 안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달러화 매수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00억달러를 외환 스와프시장에 공급하기로 한 외환당국이 현물환 시장 개입을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환율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강 달러 영향을 받고 있는데다 국내 업체도 한두 곳이 급히 달러를 사야하는 상황이어서 오른 값에라도 수요가 있는 것 같다”면서 “키코로 인해 파산에 직면한 업체들도 달러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노력에도 외화 유동성 경색이 해결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한 가운데 월말 정유사 등 수입업체의 결제수요에 통화옵션 관련 수요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달러 매수세만 강화되고 있다.

특히 해외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로 국내 은행의 해외차입선이 막히고 국내 해외은행들의 외화대출도 크게 위축되면서 달러화 고갈 현상이 상당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당국이 매도개입에 나서지 않는다면 환율이 조만간 1200원선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구제금융안 합의로 환율 상승이 둔화할 것으로 봤는데 오히려 달러 강세 등의 영향으로 환율이 오르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1200원 돌파까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키코 등 외환파생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으로 뛰면 키코 가입 중소기업의 70%가 부도 위험에 처한다는 중기중앙회의 조사 결과도 있어 최근 환율 급등은 중소기업에 큰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권상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