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행력 있는 정책이 우선이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마련된 중소기업 기술제품 우선 구매 제도가 겉돌고 있다는 소식이다. 배은희 한나라당 의원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받아 2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의 65%인 102곳의 중소기업 기술제품구매 실적이 기준치인 5%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중 3곳 중 2곳이 법 규정을 위반하고 중소기업 기술개발 제품을 제대로 구매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005년 7월 중소기업청 고시로 마련된 이 제도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제품이나 신기술 인증제품의 성능 검사를 거쳐 그 성능이 확인될 경우 공공기관이 이를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중소기업청이 고시한 신제품인증(NEP)을 비롯해 신기술인증(NET)·소프트웨어품질인증(GS)·성능인증·우수조달인증 같은 다섯 가지 유형의 인증을 받은 제품이 우선 구매 대상이다. 이의 목적은 간단하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우수 제품을 대형 구매처인 공공시장에 연결해줌으로써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를 돕고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보다 활발한 기술개발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들 인증을 받은 기술개발 제품을 구매한 실적이 하나도 없는 공공기관이 전체의 16%인 26곳에 달하는데다 이 중에는 과학기술부 같은 정부부처를 포함해 서울대병원, 요업기술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환경관리공단, 서울메트로, 농협 같은 중소기업 제품 구매가 다량으로 이어지는 유명 기관이 다수 포함돼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들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기술개발 제품 구매에 이처럼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 법적 강제성이 있지만 벌칙 조항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니 당국은 하루빨리 처벌 조항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중소기업의 피해가 명백히 예상되고 또 법 규정마저 위반한 사안에 대해 “(이 제도의) 이행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 법으로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한가한 답변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정부의 기업 프렌들리는 대기업 프렌들리지 중기 프렌들리가 아니라는 비판이 높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무용지물이 된 이 제도가 제대로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관계당국은 서둘러 미비한 사항을 보완해야 한다. 국내외 경제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모든 기업이 힘들어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힘들다. 그나마 중소기업이 기댈 수 있는 곳이 공공시장이다. 그런데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만든 법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마당에 ‘중소기업 프렌들리 정부’라고 말할 순 없다.

 경제가 어려운 판에 키코(KIKO)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금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누란지세다.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의 공공시장 진출에 다소나마 숨통을 틔워줄 이 제도는 경제살리기 차원에서라도 시급히 정상화돼야 한다. 이달 초 이명박 대통령은 대기업을 위한 정책은 없다면서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쓴다”며 “정부가 세운 정책이 대부분 중소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중소기업에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중소기업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구호나 정책 이벤트가 아니다. 중소기업 기술개발 제품 같은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는 피부에 와 닿는 정책과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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