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예산 설계 방향 개요

정부가 30일 발표한 2009년도 예산안은 7% 성장을 겨냥해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동시에 복지 분야에 대한 지출도 늘려 사회안정 기조를 유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7.2% 증가한 209조2천억원으로 처음 200조원을 넘어서고 기금을 합한 총지출은 273조8천억원으로 6.5% 늘어난다. 이에 따른 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적자로 작년보다 조금 개선될 전망이다.



◇ 이명박 정부 첫 예산..MB노믹스 실천

규제완화, 공공기관 개혁, 감세 등에 이어 나라살림에도 MB노믹스가 반영됐다.

이명박 정부의 첫 예산안답게 `일자리 창출`, `녹색 성장`, `작고 효율적인 실용정부` 등 현 정부가 내세우는 모토들이 투영됐다.

일단 안정에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평가되지만 연구개발(R&D) 및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의 몸집을 키우면서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임기 내 7%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분야별 자원배분의 비율은 참여정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색깔을 조금씩 달리했다.

예컨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접근법을 보면 참여정부에서는 취약계층 복지와 연관된 사회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벤처기업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바꿨다. 기업을 일궈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복지 지출도 지난 정부가 복지 지출의 양적 확대에 주안점을 둔 반면 이번에는 중복 수혜자를 걸러내는 등 전달체계를 개선하고 저소득.서민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시스템과 질적 차원의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췄다.

공무원 정원 및 보수를 올해 수준에서 묶은 것은 효과보다는 상징성이 더 크다. 어려운 경제를 감안해 공직사회가 솔선수범하겠다는 취지이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MB정부의 철학이 담겼다. 이는 공공기관 임금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R&D.SOC 대폭 확대..복지는 `유지`

MB노믹스 예산에서 최대 수혜 분야는 R&D, SOC를 꼽을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연평균 2.5% 증가에 그쳤던 SOC 예산은 7.9%나 늘린 21조1천억원으로 잡았다. 애초 지난 6월 해당 부처가 제출한 요구안이 올해 대비 2.4% 줄어든 19조1천억원이었지만 오히려 늘어났다.

이는 침체의 늪에 빠진 건설 경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지만 성장기반을 닦는 것은 물론 일자리를 늘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목적도 엿볼 수 있다.

R&D 분야는 10.8% 증액한 12조3천억원을 투입하고 글로벌 청년리더 10만명과 미래산업 분야의 인재 10만명을 키우기 위해 2천억원을 들이는 것은 단기적 효과보다는 임기말을 겨냥한 기술기반 확충과 인적 자원 양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의 경우 분배에 치중했던 참여정부와 달리 현 정부가 성장에 정책지향점을 두면서 애초 삭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73조7천억원으로 9.0%나 늘면서 총지출 증가율인 6.5%를 크게 웃돌았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복지.교육 통합서비스인 `드림스타트`와 무상보육을 확대하고 기초노령연금 대상도 늘리는 등 맞춤형 정책을 통해 복지 체감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는 애초 요구안(12조8천억원)보다 늘어난 13조2천억원으로 잡혔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태양광 등 녹색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절약시설 보급을 늘리는데 역점을 주면서 올해 3조644억원이던 예산이 내년에는 3조7천916억원으로 23.7%나 늘어난다.

국방 분야도 일반회계 기준으로 7.5% 늘리는 가운데 국방 R&D 투자액을 1조6천209억원으로 11.6% 증액하고 군 주거시설 등 장병 복지 개선에 지원을 크게 늘린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3%에서 10.5%로 올라간다.

하지만 지난 정부 때 덩치가 커졌던 통일 예산의 경우 비핵화 진전, 경제적 타당성, 재정부담, 국민 합의 등 대북경협 4대 원칙에 입각해 타당성 높은 사업 중심으로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통일 분야의 남북협력기금은 1조7천억원이 요청됐지만 1조1천억원만 반영됐다. 식량차관과 관련한 쌀값이 6월에 t당 1천260달러였지만 9월에는 800달러 대로 떨어진 점이 감안되고 비핵화 조치에 드는 3천억원이 6자회담 공전으로 잘려나갔다.

다만 식량과 비료 등 연례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예산 8천억원을 배정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 안정과 성장 사이..재정수지.국가채무 개선

이번 예산안은 총지출 증가율(6.5%)을 경상 성장률 전망치(7.2~7.6%) 밑으로 설계하면서 재정수지 안정을 노렸다. 작년 이맘 때 참여정부가 짠 올해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이 7.9%였던 점에 비춰 MB 정부의 조심스런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내년 재정수지는 10조4천억원 적자로 올해(11조원)보다 6천억원 개선되고 GDP 대비 재정수지는 -1.0%로 전년 대비 0.1%포인트 개선된다. 국가채무는 317조1천억원에서 333조8천억원으로 늘어나지만 GDP 대비로는 32.3%로 0.4%포인트 떨어진다.

2012년 `±0`의 균형재정을 염두에 두고 재정적자를 점차 축소하고 국가채무도 3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불안한 금융시장 상황을 반영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은 10조원에서 15조원으로 5조원 늘린다.

전반적으로 볼 때 감세조치를 감안해 깐깐하게 예산을 운용하고 당장의 퍼붓기식 경기 부양을 삼간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2~3년 후를 내다보며 사람과 기업, 기술과 인프라를 키우는데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안정과 성장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예산안은 내년 성장률을 실질 기준으로 4.8~5.2%, 경상 기준 7.2~7.6%로 잡고 하반기에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설계한 만큼 미국발 글로벌 금융불안을 감안할 때 지나친 낙관론에 기반하지 않았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성장이 기대치만큼 이뤄지지 않으면 예상보다 세수가 줄고 재정 운용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재정건전성 유지는 좋지만 경기 쪽에 재정 역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평하고 "성장이 예상보다 저조하면 재정 지출을 낮춰야 하는 만큼 그 역할이 제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