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 적자에 따른 외화 유동성 부족과 경제지표 둔화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환헤지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이 환리스크에 노출, 경영난 악화가 우려된다.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제 금융시장의 달러 부족으로 은행권은 현재 장기 차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단기 롤오버(만기연장)를 통해 달러 공급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국내 은행권의 달러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고 따라서 달러화의 고공비행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수지 적자에 따라 달러공급이 원활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환율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207원으로 치솟았던 지난달 30일의 경우 미국 구제금융안이 부결된 이유도 있지만 경상수지 적자가 47억1000만달러로 전월보다 확대된 것이 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8월 경상수지가 적자일 것으로 예상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컸다”며 “환율이 떨어질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1일 발표된 무역수지도 19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환율 인하 기대감을 희석시키고 있다.
따라서 외환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우리나라 달러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성은석 삼성선물 법인영업팅 과장은 “수출 경기가 둔화되며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외국인들이 미국 시장의 금융위기로 돈을 빼 가면서 달러의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향후 달러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 은행의 유동성 부족으로 우리나라의 차입금리가 오르고 환율도 강세를 띠며 1300선도 위협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자금수요가 몰리는 연말에 미국 기업의 부실이 불거지며 달러자금이 본국으로 추가 송금되면 극심한 달러부족 현상이 심화돼 달러 대비 환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성권 굿모닝신한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은 국제수지 적자와 국제금융시장 경색에 따라 연말까지 1100∼1300원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가하락이 호재가 될수는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어 환율이 1200원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환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대상 기업들의 65.4%가 환리스크 관리 대책을 세워놓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은 74.9%가 ‘대책 수립을 못했다’고 답해 많은 중소기업이 환율급등에 따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대한상의는 “최근 미국 금융시장 위기가 확산되면서 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투자와 수출이 위축되는 등 국내 실물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어려운 시기에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환율과 금리의 안정적 운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상희·이경민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