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산업의 염원이었던 공공기관 SW 분리발주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강제성도 없고 지원이 부족해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SW 분리발주제도는 10억원 이상의 정보화 사업에서 5000만원 이상의 SW를 전체사업과 분리해 발주하도록 하는 제도로, IT서비스기업을 통하지 않고 직접 공급할 수 있어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수년간에 걸친 업계의 숙원이 지난해 가이드라인 제정과 국가계약법 명시를 통해 이뤄지는 듯했으나, 공공기관 발주 자체가 줄어든 것까지 더해 분리발주가 확산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걷는 상황이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에 따르면 2007년 5월 분리발주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이후 지난해에는 19건의 SW 분리발주가 진행됐다.
올해에는 40건의 분리발주 시행을 목표로 삼았으나 지금까지 19건의 분리발주가 시행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나마도 지난해 분리발주의 경험이 있는 정부통합전산센터와 지식경제부 산하의 우정사업정보센터 등이 주로 SW를 분리해 발주할 뿐 다른 기관으로 크게 확산되지는 못했다.
분리발주를 위해 필수적인 벤치마크테스트(BMT)를 진행한 건수도 이와 비슷하다. 2007년에는 21건의 BMT가 진행됐으나, 2008년에는 9월 말까지 19건의 BMT가 있었을 뿐이다.
업계에서는 SW 분리발주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SW전문기업협회가 232명의 SW 기업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9%에 이르는 208명이 분리발주가 잘 시행되지 않거나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SW 분리발주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로 업계는 ‘하면 좋은 제도’에 불과한 점을 들었다. 국가 계약법 시행규칙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아직도 권고 수준이다. 지난해 정보통신부가 제도를 만들고 지식경제부가 제도 보완을 맡고 있으나 이를 강제하고 관리할 권한은 없다. 이 때문에 수천개에 이르는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개별적으로 진행한 발주 현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발주자들을 위한 지원과 정보 제공도 부실한 상황이다. 기업들에는 민간과 공공기관의 발주 정보를 제공하고 발주자들에게는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올라이브DB(www.goodsoftware.or.kr)에는 민간 발주정보는 고사하고 공공 발주 정보조차 찾기 힘들다. SW산업백서 발간 등 책자 발간 발주 정보만 몇 개 올라와 있을 뿐이다. 그나마도 회원이 아니면 볼 수도 없다. 발주자에게 제공하는 기업정보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2001년부터 굿소프트웨어(GS) 인증을 받았던 제품 목록만이 올라와 있어 지금은 팔리지 않는 예전 제품의 목록도 상당수를 이룬다.
특히 정부부처 개편으로 대부분의 부처 정보화 담당자 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 분리발주는 정보화 담당자들이 일일이 기획을 하고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 파악해서 별도로 발주해야 해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담당자가 절대적으로 줄어들어 분리발주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다는 이야기다. 발주는 그럭저럭하더라도 만의 하나 문제라도 생기면 몇몇의 담당자들이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보험 제도 등을 만들어 발주 담당자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분리발주를 진행했던 한 정부부처 담당자는 “산업 발전을 위해 분리발주를 진행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사실 업무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