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러시아의 인터넷 환경은 다소 생소한 편이다. 다양한 러시아 인터넷 서비스 중에 저렴한 것만을 고르게 된다면 예전 통신시절 인터넷 속도에다 며칠 사용하지 못하고 접속이 끊기는 낭패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블로그 서비스와 온라인게임을 주축으로 고속 인터넷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다양한 틈새 상품 공존=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러시아의 인터넷 서비스도 수많은 종류가 존재한다. 가령 단순히 인터넷 검색과 메일 주고받기, 메신저를 이용한 채팅, 인터넷 뱅킹 등과 같은 단순한 기능 위주로 사용할 것인지, 영화나 드라마, 음악파일 등과 같은 대용량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데 주로 사용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네티즌의 비판으로 인해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인터넷 종량제가 러시아에서는 대중적으로 실행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스트림(Stream)’과 ‘코르비나(Corbina)’ 등이 한국의 KT와 같은 대형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지만 조금 규모는 작더라도 빠른 속도와 다양한 서비스를 앞세워 이들 대형 회사 틈새에서 활약하는 회사도 적지 않다. 또 국지적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설치가 가능한 지역형 업체 또한 존재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꼭 대형 업체가 아니더라도 이들 회사를 잘 선택하면 저렴한 가격에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다.
◇개통 서비스 개선 여지 많아=러시아의 인터넷 개통 방법은 우리와 비슷한 면이 있는 반면에 서비스 측면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러시아 가정에서 인터넷을 개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집에 인터넷을 설치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대부분 인터넷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설치가 가능한 지역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주는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우리에게 다소 익숙하지 않은 것은 설치 신청 후 기다리는 시간이다. 짧으면 사나흘에서 길면 무려 한두 주 설치기사의 방문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일이 더뎌지는 때가 많다. 이럴 때는 수시로 대리점에 확인 전화를 걸어 대리점 직원들을 귀찮게 해야 설치 날짜가 당겨진다. 기다리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지식이 있는 사용자가 모뎀을 구입해 직접 설치하는 일도 있다. 사용 요금을 내는 방법도 독특하다. 러시아 시내 전화카드나 휴대폰을 판매하는 대리점과 일반 마켓에 설치된 자동화 기계에서 스트림의 요금 카드를 자신이 선택한 인터넷 제품에 맞는 것으로 구매해서 입력하면 된다.
◇2008년, 러시아 블로그 확산 원년=러시아, 특히 수도 모스크바는 이제 고속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어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가 꽃피기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과 블로그가 대표적이다. 모스크바의 PC방 사용료도 과거 시간당 3000원을 넘던 것이 현재 저렴한 학생 대상 PC방은 시간당 980원 정도로 저렴해졌다.
‘러시아의 네이버’라고 칭할 수 있는 포털 ‘얀덱스(YANDEX)’는 지난 7월 러시아 포털 최초로 관심권 밖에 있던 블로그를 메인 화면에 카테고리를 만들어 노출하는 시도를 단행했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얀덱스에 등록된 9만5889개의 블로그에서 18만4125개의 글이 단 하루 만에 수집된다. 한국에 비하면 전문 블로그 서비스 업체 ‘이글루스’에도 못 미치는 수치지만 얼마 전까지 모뎀 수준의 환경에서 e메일을 주고받는 용도로 인터넷을 사용해온 러시아에서는 괄목할 만한 수다.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블로거를 거느린 8대 가입형 블로그 서비스 업체의 인기 카테고리나 태그(tag) 순위를 들여다보면 가장 많은 포스팅은 ‘사진’에 대한 내용이었고 그 뒤를 ‘유머’와 ‘일상’이 따랐다. 진지한 내용보다는 여러 사람이 가볍게 읽거나 볼 수 있는 글이 다수를 차지한다. 인기 카테고리에서 특이한 것은 ‘시(詩)’에 대한 내용이 여덟 번째로 많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문학의 나라 러시아의 특징이라고 여겨진다.
러시아에서 블로그는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와 사뭇 다른 최근의 활발한 움직임은 향후 러시아 내에서 블로그 사용자의 폭발적인 증대를 예상케 한다. 러시아인의 특성이 뭔가를 ‘쓰고’ ‘소통하고’ ‘설명하고’ ‘알리려는’ 데 탁월한 것을 감안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