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연료 사용으로 나오는 온실가스는 기후 변화의 주요 요인이다. 그러나 세계 많은 국가에서는 여전히 화석연료 사용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최근 적지 않은 국가에서는 국제 유가의 급격한 상승에 대한 보완책으로 이러한 재정 지원 정책을 강화하기까지 했다. 에너지 보조금은 에너지 생산자와 소비자의 특정 연료 또는 에너지의 생산과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 이 보조금 제도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의 경고 = 지난 8월 유엔환경계획(UNEP)은 전 세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에너지 보조금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8월 아프리카 가나의 아크라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의 회담에서 발표된 것으로 화석 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철폐하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도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보조금은 연간 3000억달러로 전 세계 GDP의 0.7% 수준이다. 이 중 화석연료 보조금은 2006년 기준으로 1700억달러였다. 보조금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러시아다. 연간 400억달러에 이르며 주로 천연가스의 가격 인하에 사용된다. 이란은 연간 370억달러를 지출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국가며, 중국·사우디아라비아·인도·인도네시아·우크라이나·이집트 등이 연간 100억달러 이상을 보조금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2000년 영국에서는 석유와 가스 가격이 낮은 시점에 채광 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석탄 보조금을 재도입했고, 2002년에는 보조금 지급을 멈추었다.
◇환경·사회에 복잡한 문제를 야기 = 보조금의 사회적인 문제는 과연 그 혜택이 사회 전 계층에 고루 돌아가는지에 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보다는 오히려 에너지 회사, 설비 공급자, 부유한 가정이 주로 혜택을 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잇따라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가난한 가정에서는 보조금이 나오더라도 에너지를 사용할 여력이 안 되거나 아예 물리적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외에 환경적인 문제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보조금이 화석연료에 치중된 점은 보조금 제도의 심각성을 더한다. 보조금은 비용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므로 경제적 자원분배에 복잡한 변화를 야기한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일례로 1999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 OECD 국가 중 상위 8개 나라의 경제적 손실이 257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보조금 이렇게 개혁하자” = 새로운 보조금을 기획하거나 현재 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기본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보조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개혁할 때는 효과적으로 보조금의 대상을 정해 명백하게 정의된 그룹에게만 보조금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한한다. 이 특정 그룹은 생산자 또는 소비자가 되거나, 가난한 가정도 될 수 있다. 만약 수혜 대상이 잘 안 지켜지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보조금을 도입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이 뒷받침돼야 한다. 즉 보조금과 관련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비용과 효용을 철저하고 일관되게 분석한 결과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상황이 변하면 현재 정책이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시장 평가와 고객 설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만약 보조금의 효과성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면 그 보조금은 없애는 것이 최선이다. 보조금 남용을 방지하고 보조금 프로그램의 지속성에 대해 판단하기 위해서는 보조금 프로그램의 투명성도 고려해야 한다.
보조금 프로그램이 언제 종료되는지를 조항에 명시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너무 보조금에만 의존하는 것을 피한다. 이런 조치는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보조금의 종료 시점을 알려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프로그램 운영비용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일단 기술과 네트워크가 구축이 되고 상업적으로 성장이 가능해지면, 보조금의 필요성은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