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진원지인 월스트리트를 넘어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 다우지수가 4년 전 수준인 1만 선 아래로 주저앉으면서 미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유럽 지역 IT기업의 주가가 폭락했으며 주요 기업이 잇따라 비용 절감과 인력 감원 등 고육책을 내놨다.
우리나라 실물경제도 영향권에 들었다.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7일 발표한 ‘10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각종 산업 지표들이 일제히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로이터 등 외신은 미국 나스닥종합지수가 6일(현지시각) 84.43포인트(4.34%) 하락한 1862.96으로 마감돼 최근 2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주요 IT 기업의 주가도 일제히 동반 하락했다고 전했다.
모토로라와 애플의 주가가 각각 9%, 10% 하락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시스코시스템스 등 대표적인 IT 우량주도 4∼5%대의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세계 최대 기업용 SW 기업인 독일 SAP의 주가가 16%나 추락해 최근 12년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가가 12%나 떨어져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e베이는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1600여명의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지난해에 비해 47%나 곤두박질해 최근 12개월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AMD와 엔비디아의 주가가 각각 8%,13% 하락했다. 건재함을 과시했던 인텔도 장중 한때 최근 52주 사이 최저치인 16.61달러까지 내려갔다.
삼성전자는 7일 현재 6월 초 70만원을 웃돌던 주가와 비교해 23%나 빠졌으며 하이닉스도 43%나 하락했다. 삼성전기는 이 기간 20%가량, 삼성테크윈도 반토막 넘게 줄었다. 주성엔지니어링, 토필드, 인탑스 등 코스닥 업체는 그 하락 정도가 더 심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고서에서 지난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월의 8.6%에 비해 크게 낮은 1.9%에 머물렀고 조업일수 조정지수도 전월의 6.1%보다 낮은 4.3%에 그쳐 증가세가 뚜렷이 둔화됐다고 밝혔다. 또 재고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는 가운데 생산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되는 등 경기하강 국면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연속적인 대규모 구제금융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면서 주택시장 침체 및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의 하강세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순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반도체 가격 하락과 경기침체의 이중고에 시달리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면서 “실적이 쇼크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김유경·이경민 기자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