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 선언 이후 각 부처의 후속 대책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른바 경제·산업부처는 물론이고 전형적인 행정부처들도 너나없이 그린정책을 내놓으면서 내년도 관련 예산도 크게 늘었다.
녹색성장의 최선봉에 서 있는 지식경제부는 크게 에너지와 산업 측면에서 그린오션 정책을 펴고 있다. 우선 1차관 소관인 산업 분야에서는 현재 ‘그린오션 100대 과제’ 선정 작업이 한창이다. 9대 분야의 분류작업이 끝난 상태로 각 분야에 따른 세부 과제별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이달 말께 ‘대국민 보고대회’ 형식을 거쳐 일반에 공개된다.
2차관 라인인 에너지 분야에서는 ‘그린에너지산업 육성책’이 중점 추진되고 있다. LED·태양광·수소전지 등 9대 분야에 MB정권 5년간 3조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게 신재생에너지 육성사업의 골자다.
안철식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그린오션 100대 기술 중 국책 과제로 선정된 사업은 에너지특별회계예산이나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통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폐기물매립지 가스(LFG) 에너지 자원화 사업과 그린시티 지정사업, 신화학물질관리제(REACH) 대응 사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관리·감독 부처인 환경부가 내년도 예산에 녹색산업 강화사업을 대폭 반영한 것은 이례적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올해 32억원이 지원된 ‘폐기물자원화 사업’에 내년에만 344억원을 투입한다. 10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환경 관련 업체 지원금인 환경산업육성융자(100억원)와 환경융합신기술개발사업(50억원)은 환경부의 내년도 신규 투자사업이다. 미래환경인력 양성사업에 115억원을 투자, 연간 1382명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것 역시 기존 환경부 정책과 사뭇 다르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부내에 ‘환경산업과’를 신설하고 ‘환경기술진흥원’을 확대 개편하는 등 녹색성장 산업 육성을 위해 부처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오션 정책에 관한 한 부처 간 경계가 없다’는 게 요즘 관가의 풍속도다. 국토해양부의 그린에너지 개발 사업이 대표적인 부처경계 파괴형 정책 중 하나다. 국토부는 현재 산하 한국해양수산기술진흥원을 통해 ‘해양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이 끝나는 내년 2월, ‘바이오에너지 개발 마스터플랜’을 내놓겠다는 게 국토부의 방침이다.
마스터플랜에는 산업화 적지탐색과 민간기업 활성화 방안 등 향후 10년간 기술개발사업의 중장기 추진전략이 담긴다.
국토부는 또 오는 2010년부터 ‘녹색물류 인증제’를 도입한다. 이는 물류기업이 공동 배송 활용 확대와 대량 수송수단으로 전환, 장비·설비 개선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화를 추구하는 자발적 실천계획을 제시하면 이를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다. 인증업체는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는다.
이 밖에 방송통신위원회도 IPTV와 와이브로 등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하고 IT정책기관으로서의 위상 확립을 위한 ‘중장기 그린IT 전략’ 마련을 위해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가동시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녹색성장 관련 분야 내년 예산으로 올해 대비 91.8% 증액된 1416억원을 투자, 에너지·환경 및 미래유망융합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 1일 ‘저탄소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문화전략’을 발표하고 기후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능성 게임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각 부처가 설익은 녹색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경부가 지난달 11일 청와대에 보고한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의 주요 골자는 이미 지난 8월 28일 확정·발표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다.
김상욱 충북대 교수는 “환경 선진국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저탄소 시대를 차분히 준비해 왔다”며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전부처가 고유의 역할을 무시한 채 냄비 양상을 보여서는 진정한 녹색성장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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