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또 다른 공포를 낳는 패닉이 지속되며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전염되면서 국내 증시의 불안도 가속화되고 있다.
8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1300선, 코스닥지수는 400선이 붕괴하며 증시의 시계를 각각 2006년과 2005년으로 거꾸로 돌려놨다. 증시의 급락은 우리 시장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일본은 이날 니케이지수가 전일보다 9.38% 내리며 전례없는 공황상태로 하락했고 대만TWI와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5%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날 아시아 증시 하락세의 원인을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에도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공포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했다.
전일 미국 정부는 단기 기업대출 시장의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금리가 치솟으며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가 모두 5%대의 하락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미국 시장은 급락하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영국, 독일 등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아이슬란드가 국가 위기에 봉착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영국에 이어 독일, 아이슬란드 등으로 옮겨지면서 다음은 누가 될 것인가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 정부가 기업어음(CP)을 사들인다는 것은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전히 시장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 금융을 쓰나미처럼 휩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해답 없는 설명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위축 우려가 기업들의 내년 설비와 인력 투자를 적극적으로 단행할 수 없도록 내모는 상황이어서 내년 기업 성장률 저하가 예상되는 만큼 주식시장도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또 “기업의 미래 성장이익이 줄어들면 그만큼 주가지수 평가기준인 주당수익률(PER)도 높아져 현 주가지수도 고평가 상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증시 외부 환경이 안정돼야 위아래로 변동성이 커진 증시도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성주 대우증권 전략팀장은 “현재로선 증시 자체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에서 단비가 내리길 기대하는 천수답 같은 장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 연구원은 “하지만 단기적인 돌파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며 “단기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남아 있어 시장에서 유동성 위기가 진정되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민기자 km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