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미술품 경매의 맹주인 홍콩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홍콩의 소더비 경매에서 47개 출품작 중 19개 작품이 유찰돼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충격적인 사실은 장샤오강, 정판즈 등 중국의 블루칩 화가들 작품도 힘을 쓰지 못했다는 것. 장샤오강의 ‘혈연:대가정 1호’의 개시가격은 2306만홍콩달러(약 39억원)였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는 지난 5월 중국 화가 정판즈의 ‘대형 딥티크(7500만홍콩달러)’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다. 정판즈의 ‘앤디워홀의 중국행 대장정’도 응찰 가격 최저가인 2000만홍콩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따라 중국 미술품 가격 거품에 대한 해묵은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은 홍콩 미술품 시장의 부진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진단했다. 지난달 영국 소더비에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 사상 최고가에 판매되면서 미술 시장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투자처로 꼽힌다는 분석을 무색케 하는 전망이다.
그러나 단순한 조정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에블린 린 소더비의 아시아 현대미술 담당은 “지난 5년간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보인 중국 미술품 가격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놀랄 만한 사건은 아닐 것”이라며 조정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국내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은 7일 홍콩 현지 첫 경매에서 ‘고군분투’하며 65.6%의 낙찰률을 기록하는 선전을 보였다. 122개 작품 중 80작품이 낙찰됐고, 수수료를 포함한 낙찰가는 7042만홍콩달러(106억원)를 기록했다. 아시아 현대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노렸던 리히텐슈타인의 ‘판화판, 거울, 과일그릇 정물’은 60837만홍콩달러(93억원)에 팔려 정판즈의 ‘가면(7536만홍콩달러)’이 보유한 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그러나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큰 호응 속에 낙찰돼 위안이 됐다.
이형수기자 goldlion2@
*우희춘 2008년작 ‘고(古)-백자청화용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