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시네마]비몽

[클릭 시네마]비몽

 ‘悲夢이 아니라 非夢이다.’

 슬픈 꿈이라는 단어인 비몽(悲夢)을 이름으로 가진 영화가 개봉된다. 김기덕 감독의 신작 비몽(오다기리 조, 이나영 주연)은 아닐 비(非)에 마음 심(心)을 새겨 만든 영화다. 김기덕 감독의 모든 영화가 그렇듯 비몽도 인간의 정서적 양가성을 그린 작품. 이른바 기덕 영화에 충성하는 마니아들에겐 아주 반가운 영화라는 말이다. 그러나 영화 글을 쓰는 사람들은 괴롭다. 줄거리 조차도 짧게 요약하기 힘든 탓이다.

 김기덕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인 가혹성은 이 작품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꿈이 아니었으면 하지만, 화면 속엔 심지어 슬픈 꿈이 펼쳐진다. 칼을 든 여자와 말이다. 남자 진(오다기리 조)이 꿈을 꾸면 몽유 상태인 여자 란(이나영)이 그 꿈을 실행한다. 옛 애인을 따라가다 교통사고를 내는 꿈에서 깬 남자는 사고 현장을 찾아간다. 뺑소니 혐의로 잡힌 여자는 몽유 상태에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을 못한다.

 정신과 의사(장미희)는 둘이 원래 한 몸이며 한 명이 행복해지면 다른 한 명은 불행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悲夢 혹은 非夢은 시작된다. 꿈이었으면 하는 꿈은 심지어 현실로 나타난다. 진이 과거 여자친구를 죽이는 꿈을 통해 란은 과거 남자친구를 죽인다. 영화의 주제는 한결 같다. 절대적인 진리보다 상대적인 도덕을 따르는 식이다. 김기덕 마니아라면 절대 강추다.

한정훈기자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