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We are Everywhere)’
하반기 최고작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SF영화의 대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또 사고를 쳤다. 다른 누군가로 오인된 한 남자가 범죄의 함정에 빠진다는 내용의 ‘이글아이(D J카루소 감독)’는 개봉 전부터 스필버그의 총감독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히치콕의 ‘너무 많이 안 사나이’와 비슷한 설정의 이 영화는 21세기 첨단 디지털 기기에 많은 부분을 기댄다. 제리 쇼(샤이어 리버프)는 공군에서 근무하던 형이 갑자기 사망한 직후 그의 계좌에 75만달러가 들어오더니 혼자 사는 아파트에 폭약과 총기 등이 배달된다. 그는 수상한 전화를 받은 뒤 FBI에 체포되지만 또다시 걸려온 전화 속 목소리를 따라 탈출을 감행한다.
그를 인도한 사람은 누굴까? 이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제리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목소리에 복종할 수 밖에 없다. 아들의 생명을 위협받고 똑같은 상황에 빠진 레이첼(미셀 모나한)과 제리는 수상쩍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글 아이’가 묘사하는 공포는 모든 곳에 존재하는 상시성이다. PDA, 휴대폰 등 개인 첨단 기기를 통해 전달되는 공포는 강하고 약함이 의미 없다. 네트워크로 구성된 이 세계에서 공포를 피할 방법은 없다고 영화는 말한다. 카루소 감독은 전작 ‘디스터비아’에서 시도했던 디지털 기기로부터의 지배를 더 확장했다.
한정훈기자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