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아이언 거리가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점잖게 아이언 거리가 들쭉날쭉하다고 표현했지만 진실을 토로하자면 대부분의 아이언 거리가 짧아서 그린에 못 미치거나 혹은 어떤 때에는 터무니 없이 짧은 샷이 나오기도 한다. 130야드 남은 거리에서 넉넉히 잡는다고 7번 아이언을 잡았는데도 그린에 못 미치는 샷이 나오거나 혹은 5번 아이언을 선택해서 풀 샷을 때렸는데도 120야드 밖에 나가지 못하는 일도 있다.
기필코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결심하고 프로 선수의 스윙을 측정하는 기계(론치 모니터라고 부른다)를 갖추고 있는 측정실로 가서 두 시간 동안 여러 아이언을 가지고 샷을 하면서 스윙 속도와 비거리를 측정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각각 열 번씩 때린 평균거리를 기준으로 할 때, 8번 아이언의 캐리 거리(구르는 거리는 제외한 날아간 거리)가 135야드로 7번 아이언의 거리보다 무려 8야드나 길었고 5번 아이언과 6번 아이언의 거리(150야드)는 똑같았다.
평소 안면이 있는 코치를 찾아가 데이터를 내놓았다. 코치가 데이터 시트를 읽고서 처음으로 한 이야기는 “이건 묵 선생님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주말 골퍼의 90%가 이렇습니다.” 하더니 6번 아이언과 8번 아이언을 쳐보라고 시켰다. 볼을 다섯 개씩 친 결과는 평소와 비슷하게 8번 아이언은 탄도도 좋았고 거리도 만족할 만했다. 6번 아이언은 아무래도 얇게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당연히 탄도도 낮고, 거리도 짧을 수밖에 없었다.
코치는 스윙과정을 찍은 비디오를 살펴보더니 결론을 내렸다. “전형적인 언더 스펙 증후군이군요.” “언더 스펙 증후군이라니요?” “클럽이 너무 가볍고, 샤프트가 약해요.” “가벼운 클럽이 거리가 더 나는 것이 아닌가요?” “이론적으로는 비거리와 클럽의 무게가 반비례하는 것이 맞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맞추느냐지요.”
증거를 들이대는 코치의 설명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이언 페이스에 붙였던 테이프에 난 볼 자국을 보면 클럽의 앞부분, 즉 토 쪽에 많이 남아 있었다. 결과적으로 코치의 권고에 따라 샤프트를 약간 무거운 것으로 바꿨고(5번 아이언 기준 360g에서 380g로, 예전에 쓰던 경량스틸은 400g었다) 어드레스 자세도 약간 교정을 받았다. 어드레스 자세를 몸에 익히기 위해 퇴근길에 연습장에 들러 땀을 흘린 것은 물론이다.
아이언 거리가 들쭉날쭉해서 고민인 주말골퍼라면 레이저 측정장비를 갖춘 연습장에 찾아가서 진단을 해볼 일이다. 스코어 몇 스트로크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세컨드 샷으로 그린을 노리는 재미를 찾아보자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