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판매 주부사원들 어디로 갔나요?

 연간 판매액 40억∼100억원. 웬만한 중소기업 영업실적 수준이지만 2000년 초반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방문판매조직에서 근무한 ‘아줌마 판매왕’들이 세운 개인기록이다. 주부사원들은 ‘안면장사’에 비중을 두는 남성 판매사원들과 달리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한껏 발휘하는 영업방식 이외에 특정 지역에 묶이지 않는 그야말로 ‘전국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주변 아파트단지나 대형빌딩, 숙박업소, 원룸 등을 상대로 탁월한 영업 수완을 발휘했다. 개인별 월 평균 매출액도 2∼3억원을 웃돌았다. 연간 매출을 놓고 보면 일반대리점 1곳의 매출과 맞먹는 액수다. 이로 인해 대기업들은 매년 ‘올해의 판매 여왕상’을 만들어 이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자제품 판매 베테랑인 주부사원들이 2∼3년 전부터 보이지 않고 있다. 사후관리가 필수인 정수기 사업으로의 이직도 있지만 전자전문점들이 전국 곳곳에 포진해 있어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어 굳이 주부사원들의 제품설명이 필요없어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대형할인점 등 유통채널 다양화도 하나의 원인이다. 특히 대기업 전속대리점들은 주부사원들의 최대 장점인 1대1 고객관리에서부터 신뢰마케팅까지의 노하우를 흡수해 고객만족(CS)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부사원들의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기존 부녀사원들은 전문직군으로 보직변경됐다.

 삼성전자는 주부사원들을 국내영업사업부 B2B부문으로 발령냈다. B2B부문에서도 중소기업시장(SMB)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렌차이즈 직판전문 대리점으로 이동시켰다. 주부사원들은 지역별 권역을 포기하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직판전문가 자격을 부여받았다. 실제 삼성전자 주부사원들은 펜션 사업설명회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가보면 만나볼 수 있다. 펜션 사업주나 아파트 입주민을 공략하기 위한 집중과 선택이다.

 백남육 삼성전자 마케팅팀장은 “3∼4년 전에 주부사원들을 대리점에서 빼오면서 처음 매출이 10% 이상 줄어들어 큰 혼란을 겪은 적이 있다”며 “하지만 지점장이 매장관리와 판매에 집중하면서 매출이 정상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이제는 오히려 전속대리점 판매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지금은 주부사원들을 아파트단지 부녀회 등 타깃마케팅을 위한 전문 분야에만 활용하고 있으며 만도위니아도 방문판매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지만 사원 수는 점차 줄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유통채널의 다양화로 소비자들이 전자제품을 체험할 기회가 많아졌다”며 “특히 기업들이 전국 대리점에서 동일한 가격정책을 펼치면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없어져 주부사원들의 설 땅이 좁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