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해커가 국내 웹사이트를 마비시킨 뒤 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 녹취파일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해커가 돈을 요구하는 사례는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나 실제 통화 녹취파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특히 업계가 자발적으로 피해 사실을 상세히 이용자들에게 공지한 것 또한 이례적인 일이다.

10일 문자메시지 발송대행업체 아레오닷컴(http://www.arreo.com/)에 따르면 이 사이트는 지난 8월 28일을 시작으로 10일 현재까지 9차례에 걸쳐 해커로부터 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짧게는 20여분에서 길게는 10시간까지 서비스가 마비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이 와중에 지난 2일 사이트를 마비시켰다고 주장하는 용의자가 중국 국가번호인 `86`이 찍힌 전화번호로 회사 측에 협박전화를 걸어온 내용을 담은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용의자는 요구사항을 묻는 회사측에 우리말로 "돈을 원하지 무엇을 원하겠느냐"라고 답하며 "돈을 받으면 (공격을) 풀어주겠다"고 협박했다. 또한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회사측에 300만원을 요구했다고 아레오닷컴은 밝혔다.

지난 6일에도 재차 협박 전화가 걸려왔으나 공격이 시작된 뒤 네트워크서비스업체 오늘과내일의 DDoS 공격 자동 차단 장비를 도입하고 서버를 분산하는 등 방어태세를 갖춰온 아레오닷컴은 이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결국 해커들은 7일 다시 대규모 DDoS 공격을 감행했지만 아레오닷컴은 서비스 마비 사태를 막을 수 있었으며, 경찰에 사건을 신고하는 한편 공지사항을 통해 녹취파일과 자세한 사건일지를 이용자들에게 공개했다. 현재 경찰은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과 함께 사건의 정확한 내용을 조사하고 공격 서버를 찾아내 차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레오닷컴은 "금전 갈취를 목적으로 하는 DDoS 공격은 범죄행위로, 회원들에게 정확한 상황을 알리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녹취파일을 공개한다"며 "협박에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이제는 우리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