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한국 역시 불안심리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환율급등으로 인해 수입업체의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되는 현 상황에서 외국계기업의 한국 지사장으로 선임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게다가 전임 지사장의 사임 이후 두 달간 공석이었던 자리다. 사실 사업계획이나 비전을 고민하기에 앞서 불안감이 더 크지 않을까.
기자의 예상대로 이달 초 미국 스토리지 전문업체 퀀텀코리아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된 이강욱 사장(46)은 퀀텀으로의 출근 전 날 새벽까지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오죽 불안하면 잠이 안 왔을까.
하지만 이는 기자의 기우였을뿐, 이 사장은 “해외에 다녀오느라 시차적응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금세 웃음지었다. 그는 “위기가 곧 기회”라며 말을 이었다.
이 사장은 “경기가 나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때일 수록 기업고객들은 보다 효율적이고 높은 성능의 제품을 찾기 마련”이라며 “퀀텀으로서는 좋은 솔루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사장으로 확정된 후 본사 임원들도 ‘위기가 기회’라는 똑같은 말을 하며 성장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시장 상황이 나빠도 좋은 제품이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냐는 말이다.
이 사장으로서는 지난 2000년부터 4년간 한국IBM의 스토리지사업본부 영업팀장을 지내고, 이후 올해까지 4년간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스토리지사업본부에서 팀장·본부장을 지낸 것이 큰 힘이 된다. 그는 “퀀텀이 나를 지사장으로 선택한 것도 IBM이나 선 같은 큰 기업에서 쌓은 경험 때문일 것”이라며 “이를 활용해 퀀텀코리아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 스토리지 시장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아는 만큼 권위만을 앞세우거나, 무턱대고 발로만 뛰는 사장이 되진 않을 생각이다. 이 사장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비즈니스 원칙은 ‘중용’”이라며 “현장영업은 각 팀장들의 역량을 믿고 맡기되 사장으로 지원할 수 있는 하이레벨급의 영업은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분간 파트너사를 집중적으로 만나 협력방안을 강화하고, 이후 주요 고객들과의 면담을 통해 퀀텀코리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퀀텀 본사가 지난 80년 설립돼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IT기업임에도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며 “앞으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여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