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터넷 개방이 2009년부터 부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체제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하고 있는 북한정권은 인터넷을 첨단정보문화 도입문제가 아닌 국가 존망과 관련한 중대한 정치적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단적인 예로 노무현 전대통령은 작년 10월 남북정상이 만난 자리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업무편의를 거론하며 인터넷 개통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자신도 ‘인터넷 전문가”라고 말하면서 “인터넷이 공단에서만 통하면 되는데 북쪽 다른 지역까지 연결되서는 문제가 많다”면서 “그 문제만 해결된다면 공단에 인터넷을 개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동행한 취재 기자들에 의해 전해졌다.
북한의 다른 모습도 보인다. 김 위원장은 “디지털시대에 살면서 아날로그시대에 닫혀 살면 안 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며 군에도 이런 얘기를 했다”고 언급, 디지털 세상의 트렌드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한다. 북한이 인터넷의 국제개방을 두고 참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넷이 북한에 가져 올 새로운 변혁과 감수해야 할 위험을 두고 북한은 어떤 결심을 굳히고 있을까?
2003년에 작성, 추진 중에 있는 인터넷 국제개방을 위한 로드맵대로 내년 2009년부터 북한 내에서 정말로 인터넷이 제한된 범위에서라도 사용될 수 있을까?
고민의 핵심은 아마도 인터넷의 강점인 정보 접근성과 신속한 전파가 미칠 영향 때문인 듯하다. 북한의 인터넷 문제는 사실상 세계적인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 개방이 어떠한 측면에서는 핵무기 폐기보다도 오히려 북한 내 미치는 정치적, 사회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면 곧 동아시아 나아가서 국제사회의 군사적안정과 평화에로의 큰 획을 긋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핵 폐기가 곧 북한 사회 변화는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개방하게 되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규칙을 따르고 글로벌 세계의 일원이 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뚜렷한 변화를 알리는 것이 된다.
북한이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인터넷을 개방하는 시기는 아마도 최소한 다음과 같은 과제가 해결되는 시점으로 본다.
첫째,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window)를 대체할 수 있는 북한판 PC 운영체제의 개발, 둘째, 완벽한 보안 솔루션과 차단 기술의 실현, 셋째, 인터넷 접근 범위와 대상 및 방법을 규정하는 정책 결정, 마지막으로 테러 지원국 리스트 해제에 따라 미국의 EAR(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 규제 완화이다.
지금까지 인터넷 개방정책 수립이나 기술 문제 해결에서는 큰 진전이 있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정도 추세라면, 내년께 인터넷 개방이 시작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결코 과장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짚고 가야 할 난제가 더 있다. 북한이 기술 문제부터 개방정책 수립까지 어려운 문제를 넘더라도 장비와 재원문제가 걸려 있다. 북한의 국제 인터넷은 아마도 현재 북한 전역에서 접속할 수 있는 ‘광명’ 인트라넷에 연결될 것이다. 북한 중앙과학기술통보사가 부설운영하고 있는 광명 인트라넷은 1997년에 첫 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저기능 PC통신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디지털 전화망 목적으로 부설된 광케이블에 모뎀 결합방식의 인트라넷을 구축하다 보니 데이터 전송속도가 평균 수십 kbps 정도로 느릴 수 밖에 없었다. 광케이블의 기술 상태가 좋지 않고 네트워크 전 구간에 부설된 신호증폭시설의 불량도 많아 서버-클라이언트의 접속이 자주 끊긴다. 정보의 부분적인 유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라우터, 네임서버와 같은 필요 설비들의 부재로 인터넷 사이트는 숫자로 된 IP 주소로만 지정해야 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은 인터넷 개통과 개방을 목표로 본격적인 인터넷 인프라를 재구축하고 시설 보완 공사를 진행했다. 인터넷 전용으로 전역에 광케이블 백본망을 새로 부설하고 랜 카드 결합방식의 VDSL망을 새롭게 구축했다. 2003∼2004년에는 평양시 권역에 대한 초고속망부설공사가 끝났으며 2005년 7월에는 함흥, 청진방향으로 500킬로미터이상 확장했다. 이듬해에는 신의주까지 VDSL 공사도 완공됐다. 신설 확장된 ‘광명’망의 데이터전송속도는 평양에서는 거의 70∼80Mbps, 지방에서는 파일 업, 다운로드가 10Mbps까지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제 수준의 인터넷 서비스를 하기에는 기술장비와 설비, 재원이 태부족이다. 북한은 인터넷개방을 위해 필요되는 추가적인 설비와 재원을 한국으로부터 지원받기를 원하고 있다. 현재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새정부의 실용적인 대북정책에 익숙해지지는 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같은 전제들이 해결돼 남한과의 교류협력이 활성화된다면 반드시 인터넷구축을 위한 인프라설비와 장비들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산업체, 학계에서는 북한의 인터넷개방에 대한 추진현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앞으로 예상되는 북한 인터넷 국제개방에 주도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NK지식인연대 대표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김상명 (사정상 사진 및 이메일 주소를 싣지 않습니다.)
※ 기고자는 탈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