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들어가는 터치윈도가 터치스크린 업계의 판도를 뒤흔든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주요 터치스크린 제조사의 매출현황을 분석한 결과 시장주도권이 보급형 터치스크린에서 터치윈도로 이동하면서 기업 순위가 바뀌고 있다.
터치윈도는 휴대폰 윈도에 터치스크린 필름을 일체로 성형시켜 매끈한 터치폰 디자인을 완성해주는 핵심부품이다. 납품가격도 개당 12∼13달러를 넘어 안정적 품질만 유지해 제조사는 돈방석에 앉는다. 문제는 제조과정에서 고도의 노하우가 필요해 세계적으로 터치윈도 양산에 성공한 회사는 한자리 숫자에 머문다는 점이다. 국내 30여 터치스크린 제조사 중에서 삼성, LG전자 등 휴대폰 회사에 납품하는 사례는 서너 곳에 불과해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경남 양산의 모린스(대표 석송곤)는 올초 삼성전자 햅틱폰에 터치윈도를 납품하면서 터치폰 열풍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이 회사는 월 60만개 이상의 터치윈도를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부에 공급해 연말까지 예상매출 400억원, 업계 2위의 터치스크린 제조사로 변신할 전망이다. 모린스는 매출의 100%를 터치윈도에서만 올려 제품 군이 흩어진 여타 경쟁사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 김선룡 모린스 사장은 “터치윈도 주문이 계속 늘어. 다음달부터 양산능력을 월 100만개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업계 1위인 디지텍시스템(대표 이환용)은 3분기로 계획한 정전용량 방식의 터치윈도 양산 일정이 늦춰지자 올 매출목표를 802억원에서 600억원 내외로 하향 조정했다. 이 회사는 정전용량보다 양산이 쉬운 저항막 방식의 터치윈도를 이달부터 월 20만개씩 삼성전자의 M8800(브레송) 터치폰 모델에 납품하기로 했다. 디지텍시스템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다음달 삼성전자의 다른 터치폰 모델에 월 10만대의 납품계약을 추가하는 등 연말까지 150억원 이상의 터치윈도 매출을 계획했다.
한국터치스크린(대표 안지운)은 올들어 LG전자에 휴대폰용 터치윈도를 납품하면서 전년대비 50% 매출이 늘었다. 회사측은 연말까지 예상매출 300억원 중 터치윈도 비중이 절반에 달하며 12월에는 정전용량방식의 터치윈도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업계 순위 2위였지만 올해 모린스의 급성장 때문에 3위로 밀려났다.
지난 8월 일진디스플레이에 흡수된 에이터치를 비롯한 여타 터치스크린 제조사들은 아직 터치윈도에서 이렇다할 납품실적이 없다. 상위권 그룹과 격차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안지운 한국터치스템스 사장은 “올해는 휴대폰 터치윈도의 양산시점이 업계 순위를 갈랐다. 내년에는 터치윈도의 가격경쟁력이 시장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