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지만 댓글 논쟁에 적극 참여하는 사람은 3.4%에 불과했다.
미국·일본·중국도 2∼3%대에 머물러 열린 공간인 인터넷도 소수에 의한 여론 주도 개연성을 보여줬다. 인터넷 상에서의 이 같은 ‘활동 격차(Activity Devide)’ 우려는 소수 여론 주도의 부작용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앞으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도록 유도해 활동 격차를 줄이고 공간 내 자정기능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 K리서치가 지난 7월 20∼24일 한국·중국·일본·미국에 거주하는 20∼54세 일반 인터넷 사용자 15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인터넷에서 특정 사안을 향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거나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일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인터넷 뉴스, 게시물을 볼 때 댓글을 얼마나 이용하느냐’라는 질문에 4개국 모두 ‘타인의 댓글을 읽기만 한다’가 절반 이상이었으며 논쟁에 참여한다는 응답자는 2∼3% 수준으로 극히 미미했다.
인터넷을 이용해 사회활동에 참여했던 방법을 묻는 항목에도 4개국 사용자 모두 ‘게시글 읽기’와 ‘참여한 적 없다’는 대답이 적게는 55%에서 많게는 87%를 차지했다. 매스미디어 사회로 오면서 소수의 여론 주도라는 문제가 생겨나고 있지만 인터넷에서도 이 같은 ‘침묵의 나선’ 이론이 적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클레이 서키 뉴욕대 교수는 “인터넷 상의 공개적 토론에서 가장 결여된 것은 중재하려는 목소리가 없다는 것”이라며 “많은 정치토론에서 복잡한 정치 견해를 발전시키거나 정교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은 극단적인 시각에서 (소수자만이) 지속적이고 집중적으로 도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심리학자 패트리샤 월리스도 저서 ‘인터넷 심리학’에서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라는 말로 이를 설명했다.
국내 인터넷 전문가나 전자신문 인터뷰에 참가한 일반인도 ‘침묵의 나선’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대학생 안수지씨(22, 여)는 “광우병 사태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같은 의견이 표출되고 있을 때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표현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는 “인터넷 여론과 관련해 침묵의 나선 현상이나 타인의 의견에 그대로 편승하는 밴드왜건(band-wagon) 현상이 어느 정도 나타나는 것은 인정한다”며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여론을 사회가 주목하고 흡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것은 네티즌의 인식 또한 이 변화를 정확하게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K리서치 조사 결과 인터넷 상의 신뢰도가 몇 년 새 높아졌다고 생각하면서도, 댓글이 감정에 치우쳤다는 의견은 4개국 모두 70∼80%에 육박했다. 또 인터넷 여론이 몇몇 네티즌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의견도 40∼50%를 차지해 댓글을 바라보는 네티즌의 판단력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이 같은 근거에 기초해 인터넷 상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고 소극적 참여자가 더욱 적극적인 활동자로 나설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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