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부출연연구기관 9곳을 2군데로 나눠 진행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소형위성발사체(KSLV-1) 등 우주개발과 관련해 연구기관을 두둔하는 질의와 발사체 보험 및 연구과제 수의계약 부정 여부 등을 짚는 질의가 팽팽히 맞서는 등 다소 긴장감이 감도는 속에 진행됐다.
김진표 의원(민주당)은 “항우연이 내년 발사예정인 통신해양기상위성의 보험가입과 관련, 업체를 잘못 선정하며 최소 28억원, 최대 71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의혹이 당에 공식으로 제기됐다”며 “KSLV-1의 위성항법시스템(GPS) 개발업체와 관련해 특정업체를 지속적으로 선정하는 등 여러 의혹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공개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밖에도 아리랑 2호 제작과정의 업무추진비 변칙 사용, 아리랑 1호 불통 사건, KSLV-1 연기 과정의 진실 등에 관한 의문점도 제기됐다”며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는 기관에서는 예산 집행에 한 점 의혹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백홍열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수의계약은 사실이 아니다. 공개경쟁으로 입찰했고, 다른 부처와의 공동 사업이어서 엄밀한 심의를 받았다”며 “항우연 감사가 여러 번 이의제기하고 이 때문에 8개월간 부패방지위와 대통령 인수위, 경찰 내사, 교과부 감사, 감사원 감사도 다 받았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는 절차에 따라 모두 이뤄져 한점 부끄럼이 없다”며 “다만, 위성항법시스템의 경우 2차례에 걸쳐 유찰이 발생하면서 수의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항변했다.
항우연을 두둔하는 발언도 연이어 나왔다. 김세연 의원(한나라당)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정서 속에서 생명을 걸고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들이 영웅으로 칭송받아야함에도 근거 없는 투서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투서 내용이 허위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백 원장은 “제가 생각하기에 그렇다”고 답변하며 “이 문제로 사업이 8개월 째 스톱되는 등 해당 연구원들이 피를 토하고 죽고 싶다고 말한다. 기관장을 떠나 과학자로서 이렇게 가야 한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투서 내용이 근거 없다면 물질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 제소할 생각이 없냐”고 묻는 김 의원의 말에 백 원장은 “그건 법적인 문제이고, 교과부와 협의해 처리하겠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이철우 의원(한나라당)은 “소형위성 발사체 발사가 세 번째 연기됐는데, 러시아에 너무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위성발사체 개발과 관련 북한과의 관계(기술수준)는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이와 관련 백홍열 원장은 “원론적으로 우리의 기술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러시아에서 자료를 받아 설계해서 제작해야 하는 데 기술보호 협정이 늦어지다 보니 전체적인 일정이 지연됐다”며 “내년 발사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 다만 의미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국가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의원들의 질의와 답변이 끝나자 김부겸 교과위 위원장(민주당)은 “항우연에 대해 제기된 문제와 관련해서는 항우연 측의 답변서를 제출받아 검토한 뒤 오는 24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진행되는 감사에서 재논의하자”는 말로 이날 국정감사를 마무리했다.
이와 함께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원자력통제기술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교과위 2반 국감에서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에 대한 소관부처 책임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비 증가 등과 관련된 사안들이 도마에 올랐다.
정두언 의원(한나라당)은 “우리나라의 사용후 핵연료 기술은 세계적으로 바닥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의 책임이 지경부와 교과부로 이원화돼 있는데 따른 것이 아니냐”고 원자력연구원 차원의 대응책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양명승 원자력연구원장은 “실제로 사용후 핵연료 처분의 책임은 지경부, 처리기술 개발은 교과부가 각각 맡고 있기 때문에 일부 의견의 통일이 안되는 점이 있는 것 같다”며 “이 문제는 앞으로 원자력위원회에서 효율적으로 의견을 조율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또 “국내에서 광주·전남·여수, 전북·제주 권역은 방사선 측정장비가 한 대도 없다”며 이 권역에 대한 장비 보급과 함께 장비사용 및 초동 대응과정의 표준화를 통해 정확하고 안전한 초동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아 의원(한나라당)은 “내년부터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비용이 드럼(200ℓ)당 104만원에서 519만원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영세한 방사성 동위원소(RI)업체들이 처리비용 부담 때문에 방폐물을 일반 쓰레기장에 폐기하거나 자체 은닉할 가능성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윤철호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방사성 동위원소 폐기물은 전 세계적으로 추적하게 돼 있는 만큼 은닉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대전=박희범·신선미기자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