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T수출입 제재 풀린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조치가 11일 발효되면서 북한은 테러지원국이라는 오명을 벗는 것과 동시에 컴퓨터 등 군수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 제품에 대한 기술수출 및 수입이 사실상 가능해졌다.

 12일 청와대 및 정부에 따르면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면서 “미국으로부터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적성국교역법 등 5개 법률에 의거해 받았던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에 따라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사건 이후 20년 9개월간 북한 경제를 압박하던 5개 제재 조치에서 벗어나 기술 수출은 물론, 국제 사회로부터의 자금 지원 및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로 북한은 우선 이중 용도 제품으로 분류된 컴퓨터 및 IT관련 산업, 각종 반도체 등 수입이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그간 수출관리법과 수출관리규정, 무기수출통제법, 국제금융기관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테러관련 이중 용도 품목의 수출제한 품목으로 규정됐던 전자산업 관련 기술 수출입이 원활해지고, 각종 기술개발이 가능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산업의 걸림돌이 되었던 각종 첨단부품 수입이 가능해져 전자산업 발전의 기반이 마련됨은 물론 소비재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개성공단 내에서의 첨단 부품 및 전자제품 생산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노무현 정권 당시 합의한 개성공단 ‘3통 문제(통행, 통신, 통관)’ 문제 해결도 기대된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조치로 IMF(국제통화기금),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차관 및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을 맞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설정한 북한은 외화 조달을 통해 경제 회생을 위한 새로운 개혁개방 정책을 내세울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는 그러나 북한이 20년 9개월 만에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됐지만 아직 실질적인 혜택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자금 수혈을 통한 경제 부문 회생을 노리고 있지만, 이번 해제조치와 별도로 마약과 위조화폐 제조 및 유통,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공산주의 채택 등의 이유로 여러 가지 제재를 받고 있어 테러지원국 해제만으로는 국제기구 차관을 받기 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룡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