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CD 장비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패널 업체들이 그동안 배제했던 장비 교차 발주가 늘어나는가 하면 일부 분야에선 후발업체가 선두업체를 제쳤다.
기업 순위와 공급선이 거의 고정되다시피하면서 그 격차가 심화됐던 기존 양상과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LCD 업계에 남은 유일한 변화는 외산 업체들이 핵심 공정장비를 독식하는 현상만 남았다. 국내 업계 구도의 변화로 역동성이 가미되면서 핵심 공정장비 시장에도 머지잖아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도 고조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시작한 패널업체들의 장비 교차발주가 최근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LG디스플레이의 장비 협력사인 디엠에스(대표 박용석)에 8세대용 고집적세정장비(HDC) 1대를 발주한데 이어, 최근 추가 1대를 발주했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또 다른 장비 협력사인 미래컴퍼니(대표 김종인)에도 8세대용 LCD 연삭장비(일명 에지 그라인더) 2대를 신규 발주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장비 협력사인 아토(대표 문상영)로부터 지난 5월 8세대 LCD라인에 가스공급장치(CGSS)를 처음 도입한데 이어 최근 또 다른 삼성전자 협력사인 아이씨디(대표 이승호)에 8세대 드라이에처 1대를 신규 발주했다. 특히 CGSS 장비의 경우 LG디스플레이가 구축 중인 8세대 전체 물량 가운데 65% 이상을 차지해 아토가 주력 협력사로 떠올랐다.
그동안 공고했던 삼성·LG의 협력사 구도가 이처럼 변하는 것은 장비 교차구매에 대한 양사의 의지도 작용한 데다, 전통적인 주력 협력사의 의존도를 낮추려는 뜻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어쨌거나 양사가 장비 교차발주에 대한 의지를 밝힌 만큼 앞으로도 점진적인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순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일부 장비 분야에서는 국내 장비 협력사들의 전통적인 순위가 바뀌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내년 1분기 양산 가동을 목표로 소니와 공동 투자하는 8세대 2라인(8-2)의 물류장비(설비) 분야에서 후발 주자인 에버테크노(대표 정백운)가 국내 최대 LCD 장비·설비 업체인 에스에프에이(대표 신은선)를 제치고 처음 1위 공급사로 올라섰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LCD 라인의 물류장비에서 에스에프에이가 단 한번도 선두를 빼앗긴 적이 없다는 점에서 역시 관심가는 변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주 큰 변화는 아닐지라도 틀에 박혔던 업계 및 시장 구도에 역동성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면서 “이러한 역동성은 아직 확고 부동한 외산업체의 핵심 공정 장비 시장 독식을 깨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