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자원이 부족하지 않던 시절에 널찍하게 분배했던 건데 그게 결국 ‘알박기’가 됐다.”
주파수 회수·재배치 기본계획을 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고충이다. 특히 700, 800메가헤르츠(㎒)와 함께 우량 주파수로 손꼽히는 900㎒대역은 마치 개발이 임박한 ‘목 좋은 강남 땅’을 보는 듯하다.
우선, 힘 좋은 공공기관들이 듬성듬성 900∼960㎒대역 안에 자리 잡았다. 구체적으로 900∼908.5㎒, 915∼923.5㎒, 924.5∼938㎒, 940∼942㎒대역이 공공기관용 주파수다. 942∼950㎒, 952∼959㎒대역은 FM(Frequency Modulation) 방송중계에 쓴다.
무선인식(RFID)이나 유비쿼터스센서네트워크(USN)에 쓰는 908.5∼914㎒, 가정 내 무선전화기에 쓰는 914∼915㎒와 959∼960㎒, 무선호출에 쓰는 923.5∼924.5㎒ 등도 있다. 950∼952㎒와 928∼930㎒는 공연·행사 등을 할 때 필요한 무선마이크에 쓴다. 이 가운데 공공기관용 주파수와 겹치는 대역인 928∼930㎒는 정부 허가를 받지 않고 쓸 수 있는 소출력 무선마이크 대역이다.
방통위는 이처럼 복잡한 900㎒대역에서 공공기관용 폭 20㎒ 정도를 1.7기가헤르츠(㎓)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른바 ‘경지정리’에 나선 것. 주파수 땅(폭) 20㎒가 생겨나면 반반하고 고르게 터를 다진 뒤 후발·신규 이동통신사업자에게 분양(배치)한다는 게 방통위가 그려가는 그림이다. 960∼1215㎒대역은 국제적으로 항공용 주파수에 할당됐기 때문에 주파수 회수·재배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900∼960㎒대역에 자리 잡은 힘 있는 기관이나 방송사를 설득하는 게 실마리다. 방통위가 이사하는 비용은 물론이고 이사할 기간까지 정해 줘야 한다.
우량 주파수 가운데 하나인 900㎒대역 내 20㎒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KT와 SK텔레콤은 휴대인터넷 ‘와이브로’용 주파수인 2.3∼2.4㎓대역에서 폭 27㎒를 7년 동안 쓰는데 각각 1258억원, 1170억원을 냈다.
주파수 이용기간인 7년간 예상매출액의 3%를 적용하되 가입자 1인당 월 평균 이용요금 3만5000원인 경우를 상한액으로 해 1258억원, 3만원인 경우를 하한액으로 삼아 1170억원을 부과했던 것. 2.3㎓와 900㎒대역 가치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으나 상대적으로 전파특성이 좋은 좋은 900㎒ 내 20㎒가 더 큰 가치를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명동 땅 20㎡가 지방 소도시 같은 넓이보다 비싼 것과 같은 이치다.
황금주파수 900㎒대역에 새로 생겨날 땅(폭) 20㎒를 누가 차지할지 자못 궁금하다.
이은용기자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