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복에 장착할 수 있는 ‘플렉시블’형 반도체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극한 우주 공간에서 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접는 전자신문 또는 전자책, 입는(웨어러블) 컴퓨터 등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어 플랙시블 기술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술과 접목하면 전혀 새로운 디지털 전자제품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포스텍의 이문호(화학과)·김오현(전자전기공학과) 교수와 함석규(화학과) 박사팀은 우주복 원료용 섬유로 알려진 폴리이미드 고분자를 활용해 접는 것이 가능한 고성능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 소자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반도체 제조기술은 영하 269℃∼영상 400℃의 온도영역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 가능한 폴리이미드 고분자를 활성층으로 이용했다. 온도가 급변하는 극한 우주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폴리이미드 고분자는 기계적 강도가 우수하기 때문에 활성층 뿐만 아니라 기판으로도 활용 가능해 반도체 제작단가를 크게 낮출수 있다. 기존에 활용된 다른 유기물질에 비해 합성 시간이 짧아 제조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또 간단한 스핀코팅(용액상태에서 원심력을 이용한 박막형성 기술) 공정으로 원하는 두께의 활성층을 얻을 수 있어서 대량생산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폴리이미드를 이용한 반도체는 아주 적은 전력으로도 구동이 가능해 한번 충전으로 한달 사용이 가능한 노트북 컴퓨터 개발에도 활용 가능하다. 특성상 가볍고 쉽게 구부릴 수 있으며 고집적화가 가능해 접는 전자신문이나 전자책, 전자종이, 접는 컴퓨터, 웨어러블 컴퓨터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문호 교수는 “기존 실리콘이나 금속 산화물을 이용하는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에 비해 제조공정이 단순해 상용화할 경우 제조원가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신소재 분야의 대표 저널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 최신호를 통해 발표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