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4%로 제한했던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한도가 10%로 확대된다. 또 금융지주회사가 비금융 계열사를 소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는 13일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이 같은 내용의 은행주식 보유규제 및 금융지주회사 제도 합리화 방안을 마련,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및 시행령에 반영하고 14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은행주식 보유 규제 합리화 방안에 산업자본과 사모펀드, 연기금의 은행주식 보유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은행자본 확충을 위해 현재 4%(의결권 행사 안 하는 조건으로 10%까지 가능)인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보유한도를 10%로 상향조정했다. 대신 은행-대주주 간 거래규제 등 사전심사·사후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사모펀드도 산업자본이 출자한 지분이 10%가 넘으면 산업자본으로 간주했으나 30% 이상인 경우에만 산업자본으로 간주하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연기금도 민자사업방식(BTO)과 민간투자방식(BTL) 등 공공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산업자본으로 판단하는 기준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공적 연기금은 금융감독원의 검사권 행사와 이해상충 방지 장치의 구비를 전제로 승인받아 은행을 제한 없이 인수할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 자회사 소유제한을 완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보험지주회사의 비금융 자회사(손자회사는 금지) 소유를 허용했으며 은행·보험회사가 없는 금융투자지주회사는 자회사 및 손자 비금융회사의 소유를 허용했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 소속 금융회사 간 임직원 겸직을 허용하고 금융자회사 간 업무 위탁 허용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권상희기자 shkwon@
◆뉴스의 눈
이번 조치로 금융산업 칸막이가 낮아져 국내 은행이 다양한 루트로 출자를 받을 수 있어 대형화가 가능하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등 정부 소유 은행의 민영화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제적 기준에 비추어볼 때 매우 엄격하고 획일적인 은행주식 보유규제를 유지해왔다. 글로벌 은행산업의 대형화 추세와 미국발 금융위기 등 최근의 상황은 이같이 과도하고 경직적인 현행 규제의 합리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은행이 자본의 확충을 통해 경쟁력과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증자를 통한 자본의 질적 수준을 제고해야 한다는 정부의 설명이다.
금융지주회사 규제 완화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미국과 일본은 금융업별 시스템리스크, 금융소비자 보호 등의 차이를 감안해 금융지주회사 규제수준을 차등화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비은행 금융지주회사에도 은행지주회사와 동일한 수준의 엄격한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 금융·산업 간의 결합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봉쇄되고 금융·비금융을 동시 지배하고 있는 대기업 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금융업과 제조업의 차단막을 내리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일고 있어 국회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현재 지주회사에 적용되고 있는 금산분리 규제가 풀리면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이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금융업과 제조업 사이의 방화벽이 약해져 금융에서 발생한 위험이 제조업으로, 또는 제조업의 부실이 금융업으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공적 연기금이 은행을 소유하면 정부가 간접적으로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산업자본이 사모펀드를 통해 은행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소유 규제를 없애면 금융산업의 중추인 은행이 대기업에 좌우되며 자금 흐름이 왜곡되거나 부실화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 같은 우려를 놓고 “현재의 상황은 규제완화 시 사금고화 등 부작용보다는 우리 은행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판단하며 “다양한 주주군 형성으로 견제와 균형을 통한 은행 책임경영 체제의 확립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