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통합 여부 결정을 ‘또’ 연기했다. 3차까지 발표하겠다는 약속이 부담스러웠는지 ‘4차’보다는 ‘연말’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3차 발표를 두 번 연기한 것을 감안하면 무려 다섯 차례나 연기했다. 연기 이유로는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해서’를 들었다. 물론 금융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통합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쟁점인만큼 ‘공청회’를 거쳐 결정하겠다고만 했다. 언론 측에서는 또다시 ‘연말에는 결정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발표를 보면서 언론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매번 정부만(?) 믿고 원치 않은 오보를 날린 것은 아닌지.’
사실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언론은 양 기관 통합이 ‘물 건너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참여정부 시절 양 기관 통합을 3년에 걸쳐 논의했으며 그 결과 ‘조건부 존치’라는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바로 작년 5월이었다. 채 1년 반도 지나지 않은 언론은 또다시 정부의 진지한 실험에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 때문에 혼란에 빠질 산업계다. 최근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아직도 몰랐냐. 이미 오래 전에 양 기관(신보·기보) 통합이 결정됐다. 신문에서 봤다”는 강한 자신을 나타냈다. 그에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득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언론의 보도만을 믿고 금융기관 선택에 오류를 범했을까 우려된다.
물론 정부가 통합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힘든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는 대국민과의 약속이다. 언론은 그런 신념을 갖고 보도를 한다. 정부는 지난 2차 발표 직후 공청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공청회는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또다시 공청회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공청회를 왜 안 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실정도 문제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것을.’
김준배기자<경제교육부>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