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ECU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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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출시되는 신형 자동차는 첨단 전자부품의 전시장이다.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엔진제어, 사고방지를 위한 타이어 압력 감지 센서, 일정하게 앞차와의 거리와 속도를 유지하는 오토크루즈, 탑승자의 위치에 맞게 에어백이 팽창하는 센서, 무인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 차량 가격의 1% 정도였던 전자부품 비중이 현재 20%로 증가했다. 동시에 차량 한 대 생산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수도 현재 약 250여개에서 오는 2010년에는 400여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용 전자부품의 시장 규모는 2005년 130억달러에서 2015년에는 4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자동차가 전자제어 장치 집합체로 탈바꿈하면서 ECU(Electronic Control Unit)가 가치결정 인자로 등장했다.

 ECU는 자동차의 엔진·트랜스미션·브레이크 등 각종 부품을 제어하는 전자장치를 말한다. PC로 치면 CPU에 해당하는 시스템반도체로 각종 첨단 기능을 컨트롤하며 자동차의 지능화를 결정짓는다.

 ◇ECU가 가치 결정=자동차의 전자화가 진전되면서 한 대의 자동차에 탑재되는 ECU의 수도 매년 늘고 있다. 현재 자동차 한 대당 평균 25개의 ECU가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고급차와 신차의 ECU 수는 이를 훨씬 넘어선다.

 렉서스의 LS시리즈는 무려 100개의 ECU가 탑재됐다. 올 1월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야심작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첨단 자동차 기술이 총동원된 차량이다. 운전자정보시스템(DIS)뿐만 아니라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적응형 헤드램프 등 각종 첨단 전장 기술이 그것이다. 제네시스의 이 같은 기능을 컨트롤할 ECU는 70개에 이른다. 쌍용자동차의 대표 세단 체어맨W 역시 39개의 ECU로 각종 장치를 컨트롤한다. 벤츠의 S클래스에는 80개, BMW 7 시리즈 역시 이 수준의 ECU가 내장돼 있다.

 최근 선도 자동차업체들 사이에서는 ECU의 통합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ECU 간 상호작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도요타자동차는 렉서스 시리즈에 탑재된 전자제어식 브레이크 시스템용 ECU, 차량 운동 제어 시스템용 ECU, 차량 내부통신 게이트웨이용 ECU를 하나로 통합해 전체 ECU의 수를 줄여가고 있다.

 BMW 역시 최근 출시된 신형 7시리즈의 ECU 수를 전체 60개 정도로 줄였다. 장성택 BMW코리아 이사는 “도로 상황 등에 따라 브레이크·전조등·엔진·에어컨·와이퍼 등 각 장치를 제어하는 ECU 간 상호작용이 중요해졌다”며 “새로 나온 7시리즈는 ECU를 통합해 많은 배선으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불량을 줄이는 한편 용량과 처리 속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미래도 ECU에 달렸다=자동차가 안락하고 편안한 이동공간으로 인식되면서 전자화는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미 음성인식이나 액티브 스티어링, 전·후방 차선 감지 오토파킹 등이 가능해졌다. 자동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까지 독일에서 시험되고 있다.

 정희식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휴대폰으로 내 차를 부르면 운전자 없이 차가 스스로 오고 직접 운전하지 않고 뒷좌석에 앉아 귀가할 수 있는 기술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자동차의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는 안전과 인포테인먼트 분야며 이를 제어하는 ECU가 자동차의 가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독자적 전자장치 기술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해 3월 현대기아자동차가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 세계 2위 업체인 독일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AG와 자동차용 전장 기술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했다. 이 업체가 보유한 파워 반도체, MCU 및 센서 등 칩세트 솔루션과 기술을 자동차 전장 분야의 개발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자체 기술 확보와 선진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차량 선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BMW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I-드라이브 등의 지능형 자동차를 개발한 데 이어 고음질 오디오를 개발, 신차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도요타는 전장부품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개발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