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불러온 변화를 몇개의 단어로 설명할 수는 없다. 지난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인터넷의 미디어적 파급력을 목격했으며 최근에는 ‘촛불정국’을 통해 대중의 의사나 행동력이 인터넷을 통해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를 지켜봤다. 이렇듯 인터넷에는 다양한 속성이 있다. 그 속성을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하다. 언제 예상치못한 속성들이 터져나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은 인터넷 속성을 좀 더 면밀히 파악하고자 해외 석학·대가들과의 인터뷰를 추진했다.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 존 바텔 페더레이티드미디어 회장,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 로렌스 레식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런 취지에 공감하고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이들은 인터넷 에반젤리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터넷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저서에서 언급한 부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으며 대중 조직의 변화, 검색의 미래, 인터넷 권력 등의 내용을 두차례에 걸쳐 싣는다.
◆ 클레이 서키 뉴욕대 교수
지난 7월 셔키 교수가 쓴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라는 책이 국내에서 출간됐을 때 인터넷 학계·연구계에서는 작은 환호와 감탄이 흘러나왔다. 어느 연구자는 “오래간만에 정말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이 나왔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책은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인터넷으로 인한 사회 변화, 대중 조직의 역동성을 풍부한 사례와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해낸 책이다. 셔키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과 휴대폰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이 같은 트렌드를 쉽게 따라잡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며 이 책을 쓴 배경을 밝혔다.
Q. 이 책에서는 인터넷·휴대폰 등 뉴미디어로 인해 발생한 여러 혁명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인터넷으로 이런 변화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A. 영원한 것은 없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인터넷과 휴대폰은 수십억명의 사람들에게 훨씬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서로 더 많이 연결되게 하는 기능을 매우 잘 수행하고 있다. 이런 많은 정보와 연결성(conectivity)은 현재 예상할 수 있는 미래의 특징이다.
Q. 당신은 사람들간의 ‘그럴듯한 약속(a plausible promise)’, 소셜 미디어와 ‘적절한 도구(right tools), 행동을 유발하는 ‘수용 가능한 합의(an acceptable bargain)’가 있다면 혁명적인 변화가 가능함을 강조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이 요소들은 대기업이나 국가같은 아주 거대한 조직에서도 작동할 수 있나.
A. 세 가지 요소는 사회적 도구의 성공적인 적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냐고 묻는 건 다리가 세 개인 탁자에서 어떤 다리가 가장 중요하냐고 묻는 것과 같다. 이 요소들은 자기조직적인 소규모 그룹에서만 작용되는 건 아니다. 아주 큰 조직, 기업, 국가에서도 매우 잘 작동할 수 있으며 실제로 대기업이나 정부가 (세 가지 요소가 발현될 수 있도록)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경우가 있었다.
(# 위키피디아를 예로 들면 전세계 지식을 모은다는 약속을 제공하고 위키라는 툴을 제공한다. 그리고 위키라는 도구는 ‘다른 누구도 내 글을 편집할 수 있고 나도 모든 사람의 글을 편집할 수 있다’는 합의가 있다. 위키피디아는 이 세 가지 요소가 적절한 균형을 이룸으로써 성공했다.)
Q. 당신이 언급한 변화가 가장 잘 나타난 사회, 혹은 국가는 어디인가. 이런 변화를 수용하는 한국 사회의 역량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A. 최상(best)의 예를 꼽기란 쉽지 않다. 미국은 인터넷 도구는 매우 잘 이용하고 있지만 휴대폰 사용에 있어선 부끄러울 정도로 형편없다. 반면 벨로루시 같은 경우는 매우 열악한 기술 플랫폼, 도구를 강압적인 정부에 저항하는데 놀라울 정도로 잘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여러 사회적 도구를 아주 드라마틱하게 끌어안은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 싸이월드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선거때 휴대폰이 사용되면서 일어난 변화처럼 이런 도구의 사용은 개인적, 정치적 차원의 변화를 함께 야기한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물론 관찰자의 편향(observational bias)이 있을 수 있지만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적용은 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경우엔 많은 신생, 벤처기업이 이 영역에서 큰 역할을 해 왔는데 한국에선 많은 신생, 벤처기업이 하고 있는 일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I don\"t see what many Korean startups are doing.)
Q. 당신은 ‘변화를 당연시하라’고 말한다. 개인이나 조직이 단순하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뿐만 아니라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알고 싶은 경우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
A. 많은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솔직히 말하면 많은 경우에 훈련이라고 하는 게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사람이 새 사회적 도구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매우 잘 알고 있음에도 공유나 협동, 협업에 대해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면 어떤 가치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다. 반면 어떤 것을 공유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그걸 쉽게 해주는 도구에 관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Q. 플리커, 구글, 위키피디아에 의해 야기된 변화에 대해 상당히 자주 언급했다. 하지만 당신의 의견에 따른다면 이 서비스들도 언젠가는 변화를 가로막는 구(舊)서비스가 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기업의 미래와 비전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A. 존재하는 모든 조직은 어떤 변화는 돕고 또 어떤 변화는 가로막는 경향이 있다. 위키피디아의 존재는 다른 비슷한 시도들이 일어나는 걸 막는다. 충분히 잘 작동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대부분의 관심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성공(Success)은 항상 세계가 성공적인 조직이나 사람을 중심으로 재조직(re-organized)되는 것을 의미한다. MS, IBM, 시스코시스템스, 노키아는 모두 바로 지금 소셜 미디어 분야에서 흥미로운 실험들을 진행하고 있다.
◆클레이 셔키(Clay Shirky)=1964년생. 인터넷 테크놀로지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에 대한 컨설턴트다. 현재는 뉴욕대(NYU) 대학원에서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ITP) 교수로 재직중이다. 노키아, P&G, BBC 등 유수한 기업에 그룹 커뮤니케이션 관련 컨설팅을 제공했으며 뉴욕타임스, 비즈니스2.0, 월스트리트저널, 와이어드 등에 인터넷 및 사회·기술 네트워크와 관련해 활발히 기고해 왔다.
◆ Here Comes Everybody(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갤리온, 클레이 셔키 저, 송연석 옮김)
지난 2월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도 업계 관심이 뜨겁다. 비즈니스위크는 (새로운 사회를 보여 주는) ‘Real World 2.0’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무엇인가 현대 사회의 변화를 희미하게나마 느끼고 있다면 클레이 셔키의 이 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기술이 혁명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대략 10년의 시간의 걸린다. 새로운 도구가 더 이상 새롭지 않고, 흔치 않던 도구가 모두에 손에 들려 사람들이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 비로소 대단한 변화가 시작된다.” 셔키는 모든 사람이 사회 주체가 되는 ‘새로운 대중’이 탄생하고 있고 봤다. 바로 휴대폰과 인터넷이라는 ‘적절한 도구’의 사용 때문이다.
◆ 존 바텔 페더레이티드미디어 회장
‘정보의 바다’에서 검색만큼 중요한 역할은 없다. 검색되는 자료는 정보지만, 검색되지 않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 세계 인터넷 검색의 판도는 구글이, 국내는 네이버가 좌우하고 있다. 이 같은 ‘현재’가 미래에도 계속 이어질지 초미의 관심사다. 검색의 본질적인 의미, 미래의 검색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The Search(국내 번역판:구글 스토리)’의 저자 존 바텔을 온라인으로 만났다. 인간의 욕망과 욕구가 검색을 통해 드러난다는 게 그의 기본 생각이다.
Q. 당신은 검색(혹은 의도의 데이터베이스:Database of Intention)이 인터넷 자체 혹은 인터넷 정보 구조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의견에 변화가 있는가.
A. 지금도 ‘의도의 데이터베이스’가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의도의 데이터베이스는 인터넷의 핵심이라기보다는 인터넷이라는 공간 자체를 창조해내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의도의 데이터베이스는 우리가 원하고 요구하는 것의 광대한 정보 창고다.
(# ‘의도의 데이터베이스’는 그의 저서 ‘The Search’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그는 사람, 혹은 우리 문화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지속적으로 검색어를 통해 검색 DB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며 검색 DB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의도의 데이터베이스는 사회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가치도 높다. 존 바텔은 “광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자리 잡은 의도의 흔적들로부터 광범위한 언론·출판사업이 창조될 수 있다”고 썼다.)
Q. 당신은 책에서 차세대 검색이라고 할 만한 후보를 몇 가지 언급한 바 있다. 최근에 차세대 검색 엔진의 가능성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A. 나는 특정 기업이나 검색 엔진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검색이 나타내는 트렌드에 주목한다. 지식에 접근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나 컴퓨터와 인간 사이의 새 인터페이스 같은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발전이 매우 많다. ‘트위터(Twitter)’ ‘겁셥(Gupshup)’ 같은 소셜미디어, ‘실버라이트(Silverlight)’ ‘에어(Air)’ 같은 기술이 그런 것들이다.
(# 트위터는 메신저와 휴대폰 문자 서비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등을 결합한 모바일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로 미국 젊은 층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한다. 겁셥은 트위터와 유사한 서비스로 이달 초 헬리온벤처스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1100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해 화제가 됐다. 실버라이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도비의 플래시에 대항하기 위해 제작한 인터넷 미디어 솔루션이며 에어는 어도비가 플래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개발한 솔루션이다.)
Q. 완벽한 검색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구글이 주장하는 바에 공감한다. 완벽한 검색은 내가 원하는 것을 ‘엔진’이 이해하고, 나에게 말하고, 지능적인 질문을 나에게 할 수 있고, 내가 말하는 것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으로 번역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는 개인의 웹 이동경로를 이용하는 검색, 개인화된 검색, 시맨틱 웹 등을 통해 완벽한 검색의 가능성을 엿봤다. 그는 개인적 의도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검색이 완벽한 검색이라고 생각한다.)
Q. 검색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구글의 영향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구글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A. 구글의 영향력이 매일 커져간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1∼2년 사이에 구글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특히 지금은 그런 위기가 가능한 상황이다. 구글은 우리가 보내준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구글에 아주 힘든 도전이 될 것이다.
(# 구글의 슬로건은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다. 순수함, 정직 등의 가치를 내세운 구글의 이 같은 태도는 구글 신화를 탄생시킨 기반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이 슬로건에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구글이 중국 서비스를 위해 특정 사이트의 중국 내 접속을 제한하는 ‘사전검열’을 받아들이기로 했을 때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Q. 인터넷을 당신 스스로 정의한다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A. 인터넷이라는 기계는 바로 우리 자체다(The machine is us).
◆존 바텔은 잘 알려진 저널리스트이자 페더레이티드미디어의 설립자 겸 회장이다. UC버클리에서 방문교수로 저널리즘을 가르치고 있으며 검색, 기술, 미디어와 관련한 블로그(battellemedia.com)도 운영하고 있다. 와이어드(Wired)의 설립자기도 하며 2000년대 이후 웹서비스에서 일련의 변화 경향을 일찍부터 주목하고 팀 오라일리 등과 함께 이를 ‘웹2.0’이란 말로 정리했다. ‘웹2.0 콘퍼런스’를 주도하기도 했다.
◆The Search(검색으로 세상을 바꾼 구글스토리, 존 바텔 저, 랜덤하우스, 이진원·신윤조 옮김)
검색의 본질과 구글의 부상에 관한 책. 검색이 가치를 창출해 내는 방법, 구글 이전의 검색엔진들, 구글의 탄생과, 구글 검색이 불러온 변화, 구글이 2005년 당시 마주하고 있는 문제 등을 담아냈다. 모든 내용이 구글과 관련된 것만도 아니고 구글의 모든 부분을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에서는 2005년 12월 출간돼 2006년과 2007년 국내 몰아친 ‘구글 열풍’을 타고 널리 알려졌다.
기획취재팀=조인혜차장(팀장) ihcho@, 김민수·한정훈·최순욱·이수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