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전자가 세계 최대 휴대폰 칩 메이커인 퀄컴에 인쇄회로기판(PCB)용 동박적층판(CCL) 공급을 타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최대 CCL 업체인 두산전자가 퀄컴의 벽을 넘을 경우 범용 CCL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한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물론, 해외 사업에도 날개를 달 수 있게 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전자(대표 김학철 부사장)는 퀄컴에 휴대폰 칩 PCB용 CCL를 공급키로 하고, 현재 샘플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두산전자 관계자는 “퀄컴측에 시제품을 납품했으며 계속 테스트 결과를 주고받고 있다”면서 “최종 테스트를 통과하게 되면 이르면 내년초부터 CCL를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이 아직 공급업체로 두산을 선정한 것은 아니나 논의 진전 단계로 보면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산전자가 퀄컴에 휴대폰 칩 PCB용 CCL를 공급할 경우 고객사 기반을 해외 시장으로 본격 확대하는 것은 물론, 제품군도 고부가 반도체쪽으로 끌어올리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두산전자는 지난 30년 가까이 국내 CCL 시장을 독식해왔으나 LG화학을 비롯해 중국·일본 업체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치열한 경쟁 환경속에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그동안 고부가가치 제품보다는 범용 CCL에 치우친데다, 국내 시장에만 안주했던 탓이 크다. 외형은 연간 5000억원 정도에 달하지만 대부분 국내 사업장의 범용 PCB용 매출이고 고부가 반도체 PCB용 CCL은 전체의 2% 남짓에 불과하다.
두산전자는 정체된 사업 구조를 돌파하기 위해 지난 2006년말 서울반도체 출신의 김학철 부사장을 영입한 이후 외부 전문가를 꾸준히 끌어들여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퀄컴에 공급하는 것은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인 셈이다.
두산전자 관계자는 “퀄컴에 수출이 성사되면 당장 물량보다는 전통적인 CCL 사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