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로 외화자금 조달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은행 간 자금 거래에 대한 정부지급보증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12일, 유로화를 사용하는 15개 유럽국가는 13일에 은행 간 거래자금에 대해 정부가 지급 보증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도 은행 간 거래에 대한 지급보증 움직임이 일고 있어 국내에서도 이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강석원 국민은행장은 13일(현지시각)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은행 간 거래에 지급보증을 한다면 우리나라도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야만 달러를 빌려올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달러 차입 자금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정부 지급보증이 없는 은행 간 자금 거래시장엔 돈이 전혀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가 다 지급보증을 하는데 우리만 하지 않는다면 한국계 은행들은 단기 달러자금을 빌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가장 건전하다는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간에도 오버나이트(초단기 대출) 거래밖에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 행장은 전했다.
강 행장은 “지급보증은 금융기관들이 서로를 못 믿고 있는 것을 해소해주는 일종의 신용보강인데 이것은 예금보장과 비슷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예금보장이 일반 고객에 대해 하는 조치라면 지급보증은 금융기관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달러가 역외에서만 들어오는 나라기 때문에 국내은행 간 거래뿐 아니라 해외은행과의 거래에도 보증을 해야 한다”며 “달러가 들어와야 수출 중소기업도 지원할 수 있고, 원달러 환율 압력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은행의 주장과 달리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역시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 “홍콩·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가 어떻게 해결하는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일부 국가들이 은행 간 거래에 대해 지급보장을 하기로 했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아직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출자 측에서 다른 나라는 보증을 하는데 한국이나 일본이 보증하지 않으면 과연 어떤 액션을 취할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금융기관 차환율이 100%가 넘는데 만약 은행이 스와프시장을 통해서도 정말 자금 조달이 안되면 자구 노력을 전제로 정부가 해결해 줄 것으로 약속했다”면서 “그런 점에서는 대외적으로 이미 사실상 지급보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상희기자,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