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3%대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짜면서 내놓은 전망치인 ’5% 안팎’과 큰 격차를 보이는 수치다.
정부는 지난달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실질 기준으로 4.8∼5.2%로 예상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국내 경제도 정상궤도로 복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같은 수치를 제시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 금융위기의 쓰나미가 지구촌을 뒤흔들면서 실물경제로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같은 전망치는 달성하기 힘들것이라는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이 3%대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올해 4분기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4% 성장이 힘들고 하반기에도 자신 있게 좋아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 9일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뒤에도 “경제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IMF는 지난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WEO)에서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6월 전망치인 4.3%보다 0.8%포인트 낮춘 것이다. 골드만삭스도 13일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6%에서 3.9%로 내렸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성장률 하향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국내 경제연구소도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올해 4.4%에서 내년에 3.6%로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연구원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3.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예측기관의 전망대로 내년도 성장률이 3%대 중후반에 머문다면 2003년 이후 6년 만에 3%대로 추락하게 된다. 경제성장률은 참여정부 첫 해인 2003년 3.1%를 기록한 뒤 2004∼2005년 4%대에 머물다 2006년과 2007년에는 각각 5.1%와 5.0%로 2년 연속 5% 성장을 달성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4% 초중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5%대에서 올해 4%대, 내년 3%대로 경기 둔화세가 확연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부진 속에 수출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성장세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유가가 안정되고 있지만 수출부진으로 실질 국민소득 증가율은 1∼2%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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