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기술자격증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를 기반으로 머지않아 로봇 강국인 일본·미국·독일 등을 제치고 우리나라가 로봇 교육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신문이 주최하고 제어로봇시스템학회가 주관하는 로봇기술자격증은 현 로봇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객관적 평가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등장했다. 초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수준별로 어느 정도의 로봇공학 지식을 갖췄는지 다양한 과목별 시험문제를 통해 실력을 측정하자는 것이다.
2008년 처음 실시된 로봇기술자격증은 대학과 로봇업계에서 서서히 공신력을 얻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유수의 대학들이 자격증 보유자에 대해 관련 학과 입학 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또 로봇업계에서도 자격증 보유자에 대한 취업 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2009년에는 국내 유일의 국가 공인 로봇기술자격증으로도 전환될 전망이다.
로봇기술자격증은 우리나라의 로봇 교육 수준을 세계 일류로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탄생했다. 김진오 로봇기술자격증 운영위원장(광운대학교 교수)은 “로봇기술자격증 제도를 설립한 첫 번째 목적은 로봇 지식의 종합적 평가를 통한 로봇 교육의 질적 향상”이라며 “그동안 로봇 붐을 타고 급성장해온 로봇교육기관들이 로봇대회 수상과 같은 전시성 행사에만 너무 집중해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로봇산업 현장에서는 로봇대회 수상 경력만 보고 로봇 특기생으로 뽑았는데,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로 인해 산업 현장이나 대학에서는 단순한 전시성 행사에서의 수상 경력보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거쳐 부여하게 되는 자격증에 대한 요구가 높아왔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탄생된 로봇기술자격증은 현재 대학과 산업 현장 곳곳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활용될 예정이다. 대학에서는 광운대학교가 국내 최초로 로봇기술자격증 획득자에게 대입 선발 시 가산점을 부여키로 확정했다. 이 외에도 로봇 관련 분야를 세부 전공으로 두고 있는 대학들을 중심으로 자격증 보유자에 대한 가산점 부여 방침을 검토 중이다.
로봇기술자격증에 대한 산업 현장에서의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로봇 전문업체는 물론이고 로봇 분야를 하나의 사업부로 두고 있는 대기업에서도 취업 시 자격증 보유자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로봇기술자격증 제도 확산에 따라 2008년 초에 본격적으로 시행된 로봇기술자격증 시험 응시 인원도 회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 2월 17일에 치러진 1회 시험에서 202명의 응시 인원을 기록한 로봇기술 자격증 시험은 2회, 3회를 거치면서 두 배 가까이 급증하고 있다.
응시 대상도 학교 방과후 수업에서 탄탄한 실력을 갖춘 초·중학생부터 특성화고등학교 재학생, 전공 이수 중이거나 이수한 대학생 및 대학원생, 로봇업계에 종사하는 일반인까지 다양하다.
응시 지역도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서만 치러진 1회와 2회 시험 이후 3회부터 서울·경남 지역으로, 4회부터는 서울·경남·대전 지역으로 응시 지역이 확대됐다. 공인자격증 획득이 이뤄지게 되는 2009년에는 명실상부한 전국 단위 로봇기술 자격증 시험으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로봇기술자격증 합격자 배출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필기시험만 치러진 1회 때에는 1∼4급 전체 총 127명의 합격자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합격률은 62.87%다. 이후 실기시험이 추가된 2회 시험과 3회 시험에서는 각각 61.9%와 35%의 합격률을 보였다.
신혜권기자 hk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