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적용 대상 기업·기관에게 사실상 표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웹접근성 품질마크제도가 웹접근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데다 기관마다 평가기준도 제각각이어서 허울 뿐인 제도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기업과 기관이 내년 4월 11일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대비할 수 있도록 품질마크제도를 보완하거나 별도의 기준과 제도를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품질 마크 제도는 전문가들이 웹 사이트별로 5개 표본 페이지만을 추려 평가하거나 자동평가 툴로 점수를 매기는 수준이어서 해당 홈페이지 전체의 웹접근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크를 획득했다고 해도 향후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고소를 당할 수 있다.
또한, 웹접근성은 비장애인은 물론 시각장애인·지체장애인·뇌병변 장애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족해야 하지만 평가 항목은 스크린리더를 갖고 있는 일부 시각 장애인만을 위주로 하고 있다.
현재 품질 마크제도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각각 별도의 잣대를 기준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두 기관은 모두 표본페이지만을 평가해 마크를 수여하고 있다. 특히 평가 전문가들의 부족으로 인해 활용하는 자동평가툴도 홈페이지 구조에 따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평가툴은 구조가 사이트 주소의 링크트리를 타고 검색해 들어가는 방식이지만, 링크트리 구조로 구성이 안된 사이트가 태반이다.
이 툴로는 제대로된 평가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일례로 강남구청의 홈페이지만 해도 이 자동평가툴을 도입해 검색할 경우 1페이지 밖에 검색이 되지 않는다.
주요 평가 항목이 스크린리더를 갖고 있는 일부 시각 장애인들만을 중심에 놓은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웹접근성은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장애인이 차별없이 웹으로부터 정보를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웹접근성 평가 항목에는 인식용이성과 콘텐츠 시각적 명료성 등에 50점 이상이 배점되어 있다.
이 항목들도 텍스트로 표현됐느냐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어 스크린리더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장애인들은 웹 접근에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음성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기준이 개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승은 오픈데이타컨설팅 사장은 “스크린리더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텍스트만으로 만족할 수 있지만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부족한 대안”이라며 “진정한 웹접근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도 음성서비스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측은 “평가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웹 개발자와 관리자 등의 웹 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자발적인 준수를 유도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품질 마크는 권장사항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