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IT업체의 국내 유통망을 책임지는 총판업계가 경기불황 파고를 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서버시장의 수위 기업인 한국HP와 한국IBM이 환율상승분을 반영해 출고가격을 일제히 인상함에 따라 총판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출고가격 인상=한국HP와 한국IBM은 최근 서버 출고가를 10∼20% 가량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HP는 유닉스서버용 I/O카드 가격을 20∼35% 인상하고, 무상으로 공급하던 백플레인을 유료로 변경하는 등 서버용 파트 가격을 올렸다. 유통업계는 이번 조치로 평균 10∼15% 인상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HP는 x86서버 가격도 10% 가량 인상했다. 이 회사는 지난 8월께도 비슷한 수준으로 x86서버 가격을 올린 바 있다.
한국IBM도 유닉스서버 출고가격을 파트별로 5∼25% 인상했으며, x86서버 가격도 이번 주 중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이탈 막자=여타 다국적업체와 달리 한화 결제방식으로 환율충격이 유통업계로 번지는 것을 막아온 두 회사마저 환율상승분을 유통시장에 반영함에 따라 업계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상된 가격을 그대로 유통가격에 반영할 경우 가뜩이나 IT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고객 이탈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일단 재고 소진에 주력할 방침이다. 가격인상이 신규 물량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는 기존 가격대로 제품을 유통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한 달 정도는 기존 제품으로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고 소진 이후에도 가격 인상분을 100% 반영하기보다는 우선 마진 폭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고객에 반영되는 속도를 늦출 계획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악화된 경기 상황에서 가격 인상분을 고객에게 넘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유통수익을 줄여서라도 고객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규사업에 기대=업계는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매출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신규 사업 및 고객군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국HP 총판인 영우디지탈은 올 들어 넷앱·VM웨어 등과 유통협력 계약을 맺었고, 한국IBM의 x86서버 총판 타임디지탈도 레노버 워크스테이션을 새로이 유통하는데 이어 솔루션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EMC 스토리지와 한국HP 유닉스서버를 유통하는 데이타게이트코리아는 금융권에 한정된 고객범위를 넓히고, 지방권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연초 세운 목표를 최대한 맞추기 위해 다각도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수요는 주는데 오히려 제품가격은 오르는 상황이어서 사실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