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더 품격 높게` vs `더 단아하게`

노트북, `더 품격 높게` vs `더 단아하게`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노트북PC 제조업체들이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각) 애플과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고가형 신제품과 저렴한 보급형 제품을 동시에 선보였다. 주요 외신은 불황으로 저가 제품의 돌풍이 지속되는 가운데 PC 제조업체들은 장기적인 수익 재고를 위한 제품 라인업 강화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저가PC, 3분기 시장 견인=포천은 14일 ‘넷북 혁명’이라는 보도에서 “현재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노트북PC 15개 모델 중 13개가 넷북”이라며 “250∼600달러 수준의 저가 노트북PC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고 표현했다. 넷북의 원조격인 대만 아수스텍의 올해 넷북 판매 목표는 500만대다.

 이날 가트너가 발표한 3분기 전 세계 PC 판매량도 보급형 제품 판매 증대에 힘입어 작년 동기 대비 15% 상승한 8060만대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은 경제적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4.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유럽·중동·아프리카 등지에서 미니 노트북PC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HP는 전체 판매량에서 1위를 유지했지만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는 미니 노트북PC 판매 덕분에 에이서가 처음으로 선두 자리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애플·삼성전자, 프리미엄에 무게=이처럼 보급형 PC의 인기가 뜨겁지만 이날 애플과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노트북PC로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나타냈다. 애플은 당초 예상을 깨고 가격 인하 대신 성능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춘 신형 맥북·맥북 프로·맥북 에어 제품을 출시했다.

 이날 선보인 맥북 신형 제품군은 하나의 알루미늄 덩어리로 외장을 제작하는 ‘브릭’ 기술을 도입했으며 엔비디아의 새로운 그래픽칩으로 3D 기능을 강화했다. 이들 제품의 가격은 1299달러에서 최고 2499달러 수준으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인 800달러를 훨씬 웃돌았다. 대신 애플은 보급형 맥북 가격을 100달러 인하한 999달러로 책정, 처음으로 1000달러 밑으로 내린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같은 날 초경량 노트북PC인 ‘센스X-360’과 ‘센스X-460’ 모델로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들 제품의 최저 가격은 1599달러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급 노트북PC와 넷북 시장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미국에서 판매할 예정인 넷북 ‘NC10’도 499달러로, 299달러에 판매되는 아수스텍의 Eee PC보다 비싸다.

 ◇PC 업계, 수익성 포기 못해=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넷북의 인기가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겠지만 PC 제조업체가 수익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14일(현지시각) 인텔은 3분기 넷북용 ‘아톰’ 칩이 2억달러어치 팔려나간 데 힘입어 이익이 1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넷북이 하이엔드 노트북PC 시장을 잠식, 궁극적으로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넷북 열풍을 주도하는 아수스텍도 내년 초 넷북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터치패널을 탑재한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유경·윤건일기자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