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 중학교에서 일곱 대가 빠졌습니다. 골치가 아픕니다.” 중견 정수기업체 A사의 이 아무개 소장은 요새 고민이 많다. 2, 3년전부터 급격히 정수기 수요가 늘었던 초·중·고등학교 시장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신규 가입이 적은 데다가, 반환율은 되레 늘고 있다. 이 소장은 “서울시가 수돗물 ‘아리수’를 먹는 물로 확산시키기 위한 정책을 다각도로 펼치며 학교 대상 영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며 고충을 말했다.
15일 정수기 업계에 따르면 2, 3년전부터 활기를 뛴 학교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의 ‘아리수’ 띄우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실시간 수질정보를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낡은 수도관을 교체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등 수돗물 안전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교육청은 각 학교에 정수기 관리 지침에 대한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일반 세균이 3회 이상 검출되면 정수기를 교체하거나 반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학교가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교육청의 관련 예산을 지원받을 수 없다.
이 소장은 “일반 세균은 손가락을 넣었다 빼는 것만으로도 수만 마리가 생긴다”며 “소독성분인 염소가 많은 수돗물과 달리 학생들이 취수 꼭지를 만지기만 해도 세균이 검출되므로 이건 아예 정수기를 빼라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소장은 “학교 측에서 공문을 보여주며 어쩔 수 없게 됐다, 사정을 봐달라고 하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계약 기간 내 해지하는 데 따른 위약금을 물지 않기 위해서다.
또다른 중견업체 관계자도 “각 학교에 수돗물 먹이기를 권장하는 공문이 내려오는 등 서울시의 아리수 확산 정책으로 특판영업팀에서 영업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업계 전체가 타격을 받는 상황이지만, 다행히 우리 회사는 학교 쪽 매출 비중이 낮아 여파를 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2010년까지 400억원을 들여 시내 초·중·고교 중 630곳의 상수도관을 스테인리스 재질로 바꾸고 아리수 음수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수기를 철거하고 음수대를 설치하는 학교에는 수도요금의 20%를 감면해 줄 계획이다.
차윤주기자 cha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