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월급이 많아도,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일이 재미없으면 행복은 반쪽짜리다. 이 말대로라면 허연 엠넷미디어 대리(29)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중 한명이다.
허 대리의 업무는 온라인댄스게임 ‘클럽데이 온라인’ 운영자다. 온라인댄스게임의 특성 상 운영자는 춤을 추기에 필요한 음악을 고른다. 이용자들이 더 재밌게 춤을 출 수 있도록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도 담당한다. 아직 게임이 낯선 초보 이용자를 위해서는 멋진 춤 동작을 보여주기도 한다.
허 대리는 춤꾼에 음악광이다. 단순히 취미로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그는 내로라하는 국내 유명 나이트클럽의 DJ로 이름을 날렸다. 온라인댄스게임 운영자로서 이보다 훌륭한 능력은 없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그토록 원하던 야구 선수의 꿈이 좌절된 후 교내 댄스 동아리에 가입했다. 원래 음악을 좋아하던 고등학생이 춤까지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락카페나 나이트클럽으로 발길이 갔다.
허 대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클럽 DJ를 시작했다”며 “98년부터 3년 정도 이태원과 강남 일대 나이트클럽에서는 꽤 얼굴이 알려질 정도로 DJ 일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허 대리는 군 제대 후 DJ가 아닌 게임 업계로 방향을 잡았다. 한게임 등 여러 게임 업체에서 운영자로 일했다. 2003년부터 4년 정도 게임 운영자 생활을 하던 그는 지인에게 엠넷미디어를 소개받았고 운명적으로 클럽데이 온라인을 만났다.
허 대리는 “DJ와 게임 운영자 경험을 살리면서 항상 춤과 음악과 함께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행복하다”며 “선택한 음악이 호응을 얻을 때는 예전 클럽에서 느꼈던 희열을 다시 맛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게임 운영자는 이용자에게 자주 상처를 입는다. 그 가운데는 기본적인 매너를 갖추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다. 허 대리는 “예의가 바른 고객은 너무 감사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진정성을 갖고 다가서면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설명했다.
허 대리는 앞으로 클럽데이 온라인을 국내에서 가장 클럽다운 게임으로 만들고자 한다. 음악 사업을 하는 엠넷미디어의 장점을 살려 실제 클럽에서 유행하는 음악으로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한다.
오프라인 클럽 DJ가 일터를 옮긴 온라인 클럽이 최고의 물 좋은(?) 명소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동준기자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