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사과가 맛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사과는 심심하다. 그래서 개봉시기가 늦춰졌는지 모른다. 문소리와 이선균이라는 유명 배우가 출연했음에도 말이다.
영화 마니아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과(강이관 감독)’가 드디어 극장을 잡았다. 사과는 평범한 직장 여성이 그리는 일탈을 주제로 한다. 심각한 콤플렉스를 지니지도 않아 심심한 주인공이지만 연애, 결혼, 출산이라는 여자의 일생은 관객을 이끌기 충분하다.
혼기가 꽉찬 현정(문소리)은 부모의 여행 제안을 뿌리치고 오랜 남자 친구 민석(이선균)과 몰래 제주도로 떠난다. 프러포즈를 예감하며 부풀어 있던 현정. 그러나 그녀가 받은 것은 이별 통보였다.
실연의 통증이 조금씩 무뎌지던 어느 날. 현정은 자신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구애하던 상훈(김태우)에게 조금씩 호감이 생기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다 알면 무슨 재미냐’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결심을 굳힌 현정은 결국 상훈과 결혼한다.
그러나 신혼 생활은 달콤하지만은 않다. 현정은 결혼이 또 다른 보금자리지만 상훈은 조금씩 갑갑하다. 영화는 이들이 만들어낸 생활 스크래치를 기록하는 곳에서부터 시작한다. 두 명이 아닌 세 명이이다. 민석은 상훈이 비운 자리를 치밀하게 파고든다. 이들이 그리는 사랑 그림은 어떨까? 현정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평범한 남녀관계를 뒷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영화는 끝나지만 삶은 계속된다.
한정훈기자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