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워싱턴의 꽤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지인 몇 명이 함께 식사를 했다. 와인은 내가 미국산인 ‘실버오크 2004’를 주문했다.
여종업원이 와인을 오픈해 코르크를 건네주어 맡아 보니 코르크가 약간 상해 있었다.
이런 현상을 ‘코르키하다’고 표현한다. 코르키하면서 와인의 힘이 없어진 밋밋한 맛이 돼 있었다.
와인의 교체를 요구하니까 수석 소믈리에가 와서 시음을 하더니 코르크가 약간 상했으나 15분쯤 지나면 괜찮아질 수도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말에 와인 없이 에피타이저를 들면서 기다렸다.
15분 후에 다시 시음을 해도 코르크의 상한 향은 그대로 나며 특히 와인의 힘이 빠져서 캘리포니아 와인 특유의 싱싱한 향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소믈리에는 최근 와인이 붐을 이루면서 각광받고 있는 인기 직종인데 이는 프랑스어로서 와인을 서빙해 주는 ‘와인 스튜어드’라는 뜻이다. 소믈리에가 새 병을 가져와서 오픈해 마셔 보니 먼젓번 와인과는 완전히 다른 훌륭한 와인의 향기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만족해하니 소믈리에가 미안하다며 그 이후 짬나는 대로 우리 테이블에 들러 와인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일반적으로 와인을 퇴짜놓는 경우는 보관이 잘못돼 코르크가 상한 경우거나 와인이 상한 때다.
특히 산화된 와인은 본연의 맛을 잃어버려 밋밋한 맛이 돼 버리며 코르크가 상한 경우는 코르크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므로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와인을 퇴짜놓을 때 주의사항은 와인의 맛이 본인이 기대한 것과 다르다고 퇴짜를 놓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와인에 대한 본인의 무지함을 이야기하는 것밖에는 안 된다. 코르크는 와인 병을 막아주며 와인이 숨도 쉬게 해주지만 코르크 자체가 와인에 젖어 상하는 현상도 발생하므로 보관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뉴질랜드 등 와인 신흥 국가에서 코르크를 사용하지 않고 스크류캡을 사용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아직은 스크류캡 와인은 저렴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 같다.
구덕모 와인&프렌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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