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 한국과 홍콩에서 양국을 대표하는 전자전시회가 나란히 열렸다. ‘2008 한국전자산업대전’과 ‘2008 추계 홍콩전자전’은 미국 CES, 독일 세빗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세계적 전시회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직접 두 전시회를 참관한 기자들이 무엇이 다른지, 또 어떤 점을 서로 배워야할 지 짚어봤다.#
◇뭐가 다를까=두 행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홍보·마케팅에 집중한 전시회’와 ‘실리를 챙기는 산업박람회’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물론 전자산업대전에도 해외구매자 6000명이 방문하나, 홍콩전자전은 바이어 초청을 위해 1년 내내 공을 들여 바이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품질보다 값싼 제품을 선호하는 인도와 남미 등 이머징국가 바이어들이 홍콩으로 몰려든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에 반해 전자산업대전은 삼성, LG를 필두로 대기업들의 제품 경연장 노릇을 톡톡히 해 바이어보다 일반인이 많이 찾는 행사다.
짜임새는 전자산업대전이 훨씬 앞섰다. 우선 출품작 수준이 높다.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세트메이커들이 즐비한 한국이기에 LCD TV, MP3플레이어, 3D 입체 가상현실시스템, LED카메라, 프리미엄 노트북PC 등 관람객들이 전시장 곳곳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SoC 등의 다양한 분야의 기술세미나와 포럼이 열려 전문가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반면, 홍콩전자전은 오디오기기와 디지털액자 등 출품작이 단조롭다. 직접 참관한 한국업체 관계자들은 “수준이 매우 낮다”가 평가했다. 기술세미나나 포럼도 전무하고 오로지 바이어와의 소통만을 강조한다.
◇공통점은=올해 전자산업대전은 전자전·국제정보디스플레이전(IMID)·반도체산업대전(i-SEDEX)을 한데 묶어 개최됐다. 이렇다보니 관람객들의 관심도가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장비·부품보다는 자연스럽게 세트쪽으로 쏠린다. 중소 참가업체들의 원성이 높았다. 홍콩전자전 역시 부품소재전시회인 ‘일렉트로닉아시아’와 함께 개최됐다. 부스 규모나 위치가 완제품에 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규모를 키우는 데 만족한 반쪽짜리 성공에 그쳤다.
◇서로 배워야 할 것들=홍콩전자전에는 우리 부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우미가 일체 없다. 비즈니스에만 집중해 사업 이야기만 나누기에도 바쁘다. 흥행에도 성공해 전시장에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바이어들로 북적됐다. 이는 대만·홍콩·중국의 전자전이 비슷한 시기에 차례로 열리기에 주목도가 높으며, 세계적 무역의 중심지인 홍콩의 지리적 강점에서 비롯한 현상으로 봉니다. 한발 더 나아가 전시회를 참관한 바이어들은 관심이 가는 업체의 인접 생산기지를 직접 방문하는 효과도 있다.
이감열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은 “우리 전자산업대전은 △대국민홍보 △기술개발 방향 △전자인 모임 등의 성격을 갖고 있다”면서 “(홍콩전자전이 갖고 있는) 비즈니스 성격을 우리도 어떻게 접목할 지가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전자산업대전은 외국계 기업들의 참여가 돋보였다. 한국태양유전, 미쓰비시전기, 한국닛토덴코 등 일본의 유명 부품소재업체들이 부스를 크게 차렸다. AKT나 한국알박, 에드워드코리아 등의 세계적 장비회사들도 적극적으로 자사 제품을 소개했다. 이에 반해 홍콩전자전은 일본의 교세라를 제외하면 외국계 간판기업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외국기업이 많이 참관했지만 IMID와 i-SEDEX에 출품한 부품소재와 장비가 대부분이다. 대만과 중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커지면서 이들의 관심은 머지 않아 다른 나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외국 완제품업체의 참여가 부진해선 미국 CES와 같은 국제 전시회로 키우겠다는 정책 당국의 계획을 실현하기 힘들다.
설성인기자 siseol@ 홍콩(중국)=안석현기자 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