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는 지리적인 제약이 없다. 이에 자국에서 성공한 수많은 인터넷 기업이 해외진출을 추진해 왔다.
한국의 인터넷 기업들도 이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그중 일본은 지리적 인접성과 문화적 유사성으로 한국 인터넷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는 곳이다. 게다가 한국은 일본보다 인터넷 인프라와 비즈니스의 발전 속도가 앞서 있어 일본을 한국 내에서의 인터넷 서비스 경험을 발휘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인식했다. 한국 인터넷 기업들은 ‘한국에서 성공한 서비스는 일본에서도 반드시 성공한다’는 장밋빛 전망과 함께 일본 시장이 초고속망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한국과 같은 폭발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양국의 인터넷 인프라 수준이 비슷해진 지금, 기대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비즈니스는 성장했으나 한국과 같은 폭발력을 보여주지 않았고 한국에서 성공한 서비스가 일본에서 반드시 성공한 것도 아니다. 왜 일본의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장은 예상보다 느린 것일까. 또 한국 인터넷 업계의 예상이 빗나간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일본의 주요 정보들은 현재까지도 방송과 출판에 집중돼 있다. 2007년 이후 일본의 인터넷 서비스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나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기존의 미디어가 차지하는 주류의 위치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요컨대 ‘신뢰도 부족’이다. 인터넷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또한 신생 미디어의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물론 인터넷의 가치와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그 속도가 한국과 다를 뿐이다.
둘째는 일본 인터넷 이용자의 특성이 한국 인터넷 업계가 예상했던 것과 현저히 다르다는 점이다. 일본 이용자는 한국 이용자와 달리 경쟁보다는 협력을 좋아한다. 저작권 문제에 철저하고 스스로 콘텐츠를 만드는 창조적 성향이 강하다. 또 온라인 상의 철저한 익명성을 추구하기에 블로그에 자신이나 연인, 가족의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드물다. 한국의 커뮤니티 서비스가 일본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셋째, 사용자와 기업의 유기적 관계다. 한국의 이용자는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이트 이동 또한 활발하다. 그 결과 업계의 재편 또한 역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비해 일본 이용자는 사이트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사용하는 서비스를 쉽게 옮기지 않는다. 5년 전 포털과 쇼핑몰 분야 1위였던 야후재팬과 락텐은 오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용자의 충성도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시장을 선점하면 계속 우월적인 지위를 지킬 수 있을 만큼 일본 시장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일본의 인터넷 기업들은 이용자와 성공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일본 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온라인게임 기업으로 자리 잡은 NHN재팬이 한게임 서비스 론칭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온오프라인 고객서비스(customer service)에 꾸준한 투자를 해온 것도 이러한 이유다.
중요한 것은 이용자들과 ‘함께’ 서비스를 구축해 간다는 의식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에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서비스 장애 복구 시 불편했다는 클레임보다 “고생했다” “고맙다”는 게시물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용자 참여형 서비스 개발이나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 서비스 제공,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로의 확장과 같은 인터넷 산업의 전반적인 트렌드는 일본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일본 인터넷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이러한 보편적 트렌드의 도입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보편적 트렌드에 일본만의 특수성을 잘 버무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상은 NHN재팬 캐릭터사업부장 chung@nhncorp.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