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 보유 비업무용 토지 매입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정부가 자금난에 봉착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토지를 매입한다.

 20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제조업체의 비업무용 토지 매입, 민간조성 주택용지 매입, 공공택지 재매입 등의 내용을 담은 ‘기업유동성지원방안’을 21일 열리는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확정할 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제조업체가 보유한 비업무용 토지를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체 매입 규모는 6조원 안팎, 매입가격은 시세의 70∼80% 선이 될 전망이며 기업의 신청을 받아 토지공사가 매입에 나선다. 정부가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를 사주는 것은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에 이어 두 번째. 10년 전에 토지공사가 2조6000억원어치의 땅을 매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번에 매입 규모가 더 많다.

 정부는 또 민간이 주택사업을 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조성한 주택용지도 매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투입될 자금은 적게는 1조원, 많게는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민간이 조성한 토지를 선별적으로 매입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는 민간 건설업체가 토지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분양받아 이미 잔금까지 납부해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토지도 되사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토지공사가 분양한 택지 중 아직까지 잔금이 납부되지 않은 토지는 계약금을 제외하고 중도금만 돌려주는 조건으로 해약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책 발표에 이어 이달 안에 고시한 뒤 곧바로 실제 매입에 나선다.

 또 정부의 대책에는 미분양 펀드를 조성해 16만가구에 이르는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방안도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2∼3개 자산운용사가 펀드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도 선별적으로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