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정산업 `가면` 뒤의 IT

[기자수첩]청정산업 `가면` 뒤의 IT

 솔직하자. IT가 청정산업인가. 그렇지 않다. 고탄소 유발산업이다. 공해산업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올해 ‘에너지 다소비 건물 상위 20위’ 가운데 IT업체가 4곳이다. 상용 부문 단일업종으로는 제일 많다. 코엑스에 이어 2위(상용부문)를 차지한 ‘KT IDC’가 2만616TOE(석유환산톤)로 IT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다음으로는 KT 자산관리센터(1만9697TOE)와 LG데이콤(1만7728TOE)·하나로텔레콤(1만7315TOE) 순이다. SK텔레콤을 비롯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삼성SDI 중앙연구소·현대정보기술·LG전자 안양연구소·국민은행 전산센터·우리금융정보시스템 등도 모두 불명예스러운 수위를 차지했다.

 1TOE는 일반승용차(연비 12㎞/L)가 서울∼부산을 16번 왕복할 수 있는 휘발유량이다. 대표적인 ‘클린산업’으로 인정받아온 IT. 실상은 엄청난 전력과 에너지를 태우고 있었다.

 그린피스의 블랙리스트에는 IBM과 닌텐도·애플·HP 등이 올라 있다. 이들이 PC나 게임기·MP3플레이어 등을 만들 때 납·베릴륨·브로민계난연재 등 각종 유독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일·유럽 선진국 IT업체의 제품은 수명이 다하면 ‘e쓰레기’가 돼 후진국 산야를 뒤덮는다. 작고 귀여운 휴대폰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자파는 더 이상 앙증맞지 않다.

 IT업체들이 청정·클린의 가면 뒤에서 팔짱만 끼고 있는 사이, 정유·화학·철강업계는 앞다퉈 친환경 사업에 나서며 공해산업의 오명을 씻어내고 있다. 전력의 소모 없이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IT는 인류와 지구에 태생적 원죄가 있다. IT업계가 그린오션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류경동기자<그린오션팀>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