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열전]ET클럽회원사를 찾아서- 유엘피주식회사

[기업열전]ET클럽회원사를 찾아서- 유엘피주식회사

 인공위성을 운송하는 물류업체를 아십니까.

 캐림티엘에스에서 지난 3월 유엘피주식회사(대표 백준석 www.ulp.co.kr)로 사명을 바꾼 이 업체는 대형 물류기업 사이를 비집고 반도체·LCD 등을 제조하는 이른바 ‘정밀장비’ 일관운송이라는 틈새시장을 일궜다.

 이 회사가 운송하는 정밀장비는 최소 수십억원대에서 수천억원을 오가는 고가의 제품들이다. 미세한 충격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운송차량의 진동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온도와 습도 등도 세심하게 조절해야 한다. 그래서 유엘피는 무진동·항온항습 차량 등 최첨단 트랙터 30대와 100대의 트레일러를 직영 차량으로 운영 중이다. 무진동 트랙터는 일반 스프링 트랙터와 비교할 때 도로에서 진동이 0에 가깝다. 진동측정기를 설치해 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외부충격에 실시간으로 대비한다. 또 이 무진동 트랙터는 여타 회사의 무진동 트랙터보다 적재효율이 높아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다.

 포장을 할 때도 고객사의 요구 및 조건에 맞출 수 있게 다양한 포장 사양을 준비했다. 물품반출부터 포장, 선적까지 원스톱으로 물류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운송과정에 다양한 공학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유엘피 직원들은 스스로를 엔지니어라 칭한다.

 기술뿐만이 아니다. 이 업체의 저력은 ‘사람관리’에서도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물류업계는 직영차량 보유비율이 높은 것을 강점으로 여긴다. 화물연대 파업과 같은 돌발상황이 발생할 확률도 적고,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입차주들을 끌어안았다. 처음부터 ‘화주로부터 이만 한 가격에 물량을 수주했고 영업비용과 홍보비용은 얼마나 드니 이 정도의 수수료를 떼겠다’는 식으로 차주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한다. 또 지입차주가 화물수요와 관련해 정보를 유엘피에 알리면, 유엘피가 그 화주를 상대로 영업을 실시해 이익을 나누는 구조로 움직인다. 말로만 ‘상생’을 외치는 회사가 아니다.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매월 자체 교육을 실시한다. △작업 시 복장 준수 여부 △운송 중 사고를 야기할 수 있는 요소 점검 △정밀장비 운송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대처방안 등을 교육한다.

 2000년 창업 이후 2002년 매출액 10억원을 올린 유엘피는 이 같은 고품격 물류서비스로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및 이 회사들의 협력업체와 두산인프라코어, 대한통운 등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올해 매출 150억원을 바라본다.

 올해를 브랜드 정립의 원년으로 삼은 ULP의 꿈은 한·중·일 간 정밀장비 운송을 중개하는 물류허브로 거듭나는 것이다. 특정기업을 인수하거나 지사를 설립하는 방식이 아니라 파트너십을 맺어 ULP라는 공동 브랜드를 사용해 핵심역량은 보유한 채 함께 브랜드 이미지를 쌓자는 전략이다. 이 회사 CI인 ULP는 ‘Your Logistic Partner’의 줄임말이다. CI에 어울리는 미래전략이다.

◆백준석 유엘피 사장 인터뷰

 “중소기업은 60% 정도 성공 가능성이 예상되면 뛰어들어야 합니다. 80%로 확률이 높아지면 대기업이 뛰어들기 때문입니다.”

 유엘피는 정밀장비 운송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최했다. 과거에는 LCD, 반도체 장비를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왔다. 일본 물류업체들이 한국 내 장비 운송도 함께 맡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관련장비의 국산화율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운송수요가 증가했고, 이러한 시장흐름을 간파한 백준석 사장이 한발 앞서 움직인 것. 대기업이 그간 뛰어들지 않은 것은 물량이 경기에 따라 급변해 탄력적인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백 사장은 “삼성, LG에서 신규 반도체 라인을 증설하는지, 혹은 선행투자가 이루어지는지 등 화주업체가 경기에 따라 물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시장변화를 빠르게 읽어야 한다”며 “탄력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CEO의 판단을 믿고 물류업체 직원, 차주가 협심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지만 특정기업이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지입차주 등 실제로 물류에 종사하는 이들이 지분을 가져 함께 회사를 키워나가며 이익을 나누기 바란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정진욱기자 cool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