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시련의 계절’

  2000년대 들어 상승가도를 달려온 미래에셋이 글로벌 증시폭락으로 ‘위기의 계절’을 맞고 있다.

자산운용 부문의 강점을 기반으로 펀드투자 문화 확산의 가장 큰 수혜자였지만 지금은 펀드 수익률 하락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하한가 기록, ‘굴욕’의 연속=지난 20일 정부 유동성 대책 마련에 따라 대부분 증권·은행주들이 상승 마감한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하한가를 기록하는 굴욕을 당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매크로 역풍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JP모간이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17만1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대폭 하향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 상승장에서 미래에셋 프리미엄이 얹어졌던 동양제철화학, 대한해운, 현대중공업 등의 관련주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주식형펀드의 부진으로 1년 6개월만에 업계 1위 자리도 삼성투신운용에 내줬다. 올 상반기만 해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운용자산 규모는 삼성투신운용의 두 배에 달했다. 그러나 상황은 역전됐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전체 펀드 순자산총액은 37조646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에 비해 7조4691억원(-16.4%) 감소한 금액이다. 반면 삼성투신운용은 펀드 수탁고가 14조7486억원(45.7%)으로 증가해 47조216억원을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펀드 수익률 하락, 펀드 환매 등으로 미래에셋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펀드런’ 등과 같은 사태를 가정해 목표가를 52%나 하향 조정한 JP모간의 보고서는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언론, 미래에셋 때리기 ‘왜?’=수익률 하락이 가장 큰 이유다. 미래에셋 펀드들은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 투자비중이 높아 수익률 하락의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특히 인사이트 펀드의 경우 심각한 수준이다. 20일 기준으로 인사이트 펀드는 지난해 11월 설정한 이후 마이너스 5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여름 증시가 반등하면서 마이너스 25%까지 수익률이 회복되기도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펀드하면 미래에셋이라는 대표 이미지’도 지금과 같은 폭락장에서는 부담이 되고 있다. 언론에서 펀드 관련 뉴스들이 나올 때마다 미래에셋펀드가 부정적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에 대한 미래에셋 경영진의 ‘스킨십’ 부족도 소비자 불만을 키우는 이유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최근 외부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이 이럴수록 고객과 신뢰를 지속하기 위한 적극적인 스킨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