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 위기의 씨앗은 연방은행의 초저금리 정책에서 비롯됐습니다.”
올 1월까지 19년간 세계적 투자은행(IB) 메릴린치 본사에서 리스크 관리를 맡았던 권경혁 삼성증권 리스크관리팀장(전무·48)은 최근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을 정부 정책의 오판으로 귀결시켰다.
미국 금융부실 사태의 중심에서 이 문제를 직접 다룬 전문가로서 권 전무는 “미국의 금융위기의 시발은 1990년대초 부동산 경기가 꺼지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1993년 이후 초저금리 정책을 펴왔고 이것이 1차적으로 인터넷 버블을 가져왔고 이후 2000년 이후 더 강력한 1%대의 금리 정책을 펴면서 부동산 위기와 금융위기를 함께 몰고 왔다”고 말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펼친 초저금리 정책이 유동성을 키우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집과 신용을 담보로 분에 넘치는 소비를 즐겼고 글로벌 IB들과 은행들은 이를 통해 높은 수익을 챙긴 것으로 분석했다. 또 정부 감독기관과 무디스 같은 신용평가기관은 제 역할에 소홀했다고 꼬집었다.
그래도 글로벌 IB의 선진 금융기법은 꼭 전수받아야 한다는 게 권 전무의 조언이다.
권 전무는 “몸집이 거대해진 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선 그를 받치는 유동성이라는 깨끗하고 강한 혈액이 잘 돌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유동성을 만드는 금융기관이 보다 성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생상품이 위험하다고 해서 마냥 기피하기만 한다면 금융산업이 정체하고 전체 산업을 움직이는 피가 돌지않는 자금경색이 일어나 우리나라 산업 전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게 권 전무의 주장이다.
그는 이런 점에서 미국의 IB가 파국을 맞은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권 전무는 “리먼 브러더스와 메릴린치가 넘어졌지만 이 자리를 JP모건, BOA, 골드만삭스 등이 대신해 금융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했다.
권 전무는 이번 미국의 금융 사태를 계기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권 전무는 “글로벌 IB 입장에선 더 많은 수익률을 쫓다보니 위험을 무시하게 됐고 이것이 리먼의 파산과 메릴린치의 피인수에 이르게 했다”고 진단했다. 지나친 욕심이 화를 불렀다는 것.
그는 리스크 관리는 위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제대로 위험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관리자, 위험을 숙지하고 이를 결정하는 문화가 균형감 있게 조화돼야 금융위기를 면할 수 있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 사진=박지호기자@전자신문, jiho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