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경제위기 여파로 국내에서도 ‘고용 없는 경제 성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10여년 전 IMF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더한 경제적 불안감이 국내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실업 해소와 신규 고용 창출 없이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경제계 분석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고용창출의 보고인 창업보육사업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는 정부가 창업보육사업을 본격화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1998년 당시 IMF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중요 정책 현안으로 창업활성화를 전면에 내걸었던 정부는 이제 제2의 기술창업 활성화를 통해 경제 회복을 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창업보육사업의 성과와 과제, 향후 추진 방향 등을 살펴본다.
◇4400여 기업 보육 산실=창업보육센터(이하 BI)는 무엇보다도 당시 가장 힘들었던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첨병 역할을 했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BI는 IT 등 첨단기술 창업의 중심축으로 국내 벤처 산업의 활성화를 이끌었다.
현재 BI는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모두 269곳이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4400여개 기업이 BI에 입주, 기술 창업의 꿈을 일궈나가고 있다.
이들 입주기업들이 현재까지 올린 매출액만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벤처기업으로 등록한 업체가 1145개로, 전체의 4분의 1을 넘는다. 고용창출 효과도 뛰어나다. 2만2500여명의 인력이 BI 입주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보유한 지식재산권도 총 7046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졸업 기업들의 성과도 이에 못지않다. BI를 거쳐간 기업은 모두 6200여개로, 이 중 코스닥 등록 기업도 40개사나 배출했다. 이들 졸업 기업의 생존율은 약 70%로, 일반 창업 기업의 생존율(32%)의 2배를 웃돈다.
◇스타 벤처 줄줄이 배출=BI가 배출한 스타기업으로는 엠텍비젼, 아이디스, 네오위즈, 한빛소프트, 네오팜 등이 대표적이다.
서강대 BI 졸업기업인 엠텍비젼은 모바일 이미징·멀티미디어 반도체 업체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인 1681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도 2700억원에 달하는 매출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아이디스와 네오위즈는 국내 최대 이공계 대학인 KAIST BI가 배출해낸 기업들이다. 아이디스는 2002년과 2004년에 미국 유력 경제잡지 포브스로부터 ‘세계 200대 베스트 중소기업’에 선정될 정도로 디지털 영상저장장치(DVR)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네오위즈는 2000년 온라인 캐릭터 ‘아바타’를 세계 최초로 유료화한 데 이어 게임포털, 콘텐츠 서비스 사업 등으로 인터넷·온라인 업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 밖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및 호원대 BI 졸업기업인 네오팜과 한빛소프트는 각각 아토피 보습제 시장과 게임 시장에서 각광받는 업체로 성장했다.
◇창업이 불황극복 대안=이러한 창업보육사업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BI의 부실화 논란은 여전하다. 2000년대 초 앞다퉈 경쟁적으로 유치에 나섰던 대학들이 당초 예상했던 것만큼 임대료 외 수익성이 오르지 않고 정부의 지원마저 줄어들자 BI를 ‘애물단지’로 인식, 추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사업의 부실화 논란이 이어졌다.
정부가 2∼3년 전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BI를 일부 퇴출시키기도 했지만, 이 역시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기청은 이 같은 논란에도 창업보육사업이 실업 해소 및 고용 창출을 위해 가장 근접한 해법이라고 판단, 향후 10년간 BI를 우리나라 창업의 중심축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지난 6월 중소기업성공전략회의를 통해 발표한 ‘기술창업 활성화 대책’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대학·연구소의 우수 BI를 대형화하는 한편, 의대·한의대 중심의 BT 분야 BI를 신규로 설치해 다양한 창업원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또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공예·디자인 등 소자본 창업 업종에 대한 특화 BI를 육성하고, 지역특화산업과 연계한 업종별 특화 보육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최수규 창업벤처국장은 “BI의 질적 성장을 위해 성과 평가에 따라 센터 운영비 지원을 차등화하고, 창업 멘토링 및 기술 교류 활성화를 통해 지역 내 기술혁신 및 창업 성공률을 높여 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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